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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없어도 '왕건' 재미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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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없어도 '왕건' 재미는 계속

입력
200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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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슨 재미로 '왕건'을 보나?"많은 시청자들이 궁예가 떠난 '태조 왕건'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영웅이 떠난 자리에는 영웅이 다시 찾아오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향한 그들의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주축은 견훤과 왕건의 관계. 왕건은 부자갈등을 이용하여 삼국통일의 요충지가 될 상주(尙州)지역을 '접수'한다.

드라마는 이 부분을 130회까지 이어가면서 백제 여러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대결과 화해의 국면을 만들어낸다.

영웅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역시 책사들의 불꽃튀는 지략 대결. '고경참문'사건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연화의 국문장에서 기지로 왕건의 목숨을 구한 모사 최응은 왕건의 즉위 후 '아버지(아자개)마저 아들(견훤)을 버렸다'는 마타도어를 퍼뜨리는 등 부자갈등을 심화시켜 백제의 내분을 부추긴다.

이에 맞서 견훤의 모사 최승우는 특유의 경륜을 동원하여 백제를 사수하려 한다. 김종선PD는 "최응이 직감에 의존하는 천재 스타일이라면 최승우는 학식과 경륜이 돋보이는 학자"라고 둘의 차이를 설명한다.

견훤의 딸 대주도금과 왕건의 무장 박술희의 티격태격하는 로맨스도 또다른 볼거리다.

우악스럽지만 순진한 '장비'박술희는 자신을 마다하는 적진의 여자 장수를 향해 끝없는 구애한다. 원래 이 부분은 사서상에는 없지만 견훤과 왕건의 관계 진전을 위해 설정된 장치이다.

둘의 관계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전되지만 결혼에 이르지는 못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럴 경우 "특정 문중에서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170회쯤 가면 백제의 부자갈등이 3대째 이어지게 된다. 견훤의 책사 능환이 두 아들을 부추겨 견훤을 유폐하게끔 하는 것이다.

견훤은 왕건에게 군사를 빌려 자신의 핏줄을 공격하고 결국 화병으로 죽는다. '태조 왕건'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을 준비해 놓고 있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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