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의 보좌역인 얀 룰푸스 기술분석관은 최근 사석에서 “히딩크가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의 중요성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30일 개막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은 히딩크 감독에게 ‘중간고사’의 성격을 갖는다.1월 칼스버그컵, 2월 두바이 4개국대회, 4월 이집트 대회가 ‘월례고사’였다면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그동안 시험해본 여러가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종합적 성격의 ‘중간고사’인 것이다. 성적에 따라, 또 경기내용에 따라 히딩크 감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또 한국축구로선 내년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현재까지 히딩크사단의 성적표는 3승2무2패. 이집트대회서 첫 우승을 이뤘다고 하지만 상대팀의 수준으로 볼 때 경기내용적으로 만족할만 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동안 히딩크 감독이 구사한 전술은 4_4_2(노르웨이, 파라과이, 모로코, 덴마크전)와 3_5_2(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전)시스템이었다. 이중 3_5_2시스템으로 3전승을 거뒀고 4_4_2로 2무(PK승 포함) 2패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대륙별로는 유럽에 2패, 아시아 아프리카에 3승1무, 남미에 1무(PK승)이다. 따라서 유럽과 남미에 약한 단점과, ‘4백’을 사용했을 때 수비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 지금까지 29명의 선수를 실전에서 시험해 본 히딩크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주전윤곽은 물론 대표팀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숙제이다.
그러나 참가국 전력으로 볼 때 4강이상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히딩크 감독은 많은 부담을 안게 된다. A조의 한국은 프랑스, 멕시코, 호주와 격돌하는데 주요 선수들이 불참한 멕시코와 호주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지단이 빠진 프랑스는 28일 입국, 시차적응에 상당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여러모로 유리한 입장이다. 한국은 2년전 홈에서 브라질을 이긴 일도 있다.
히딩크 감독은 농담으로 “프랑스를 이겨보고 싶다”고 했을 뿐 정식으로 이번 대회 목표를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 성적이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역량을 이번 대회에 모두 쏟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평가는 조예선 경기가 끝나는 6월4일 내려지게 될 것이다.
유승근
usk@hk.co.kr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중미, 남미, 아프리카 등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6개 대륙 축구연맹(confederations) 챔피언끼리 맞붙는 왕중왕전이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대회는 남녀월드컵, 세계청소년선수권과 함께 FIFA가 직접 관장한다.
오일달러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가 92년(4개국)과 95년(6개국) 대륙별 챔피언을 초청해 개최한 ‘킹 파드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십’이 모태다. 97년부터 FIFA가 대회를 인수, 컨페더레이션스컵으로 이름을 바꿨고 전년도 대회는 멕시코에서 열렸다.
지난해 8월 FIFA 집행위원회에서 한일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프레월드컵 형식으로 치르기 위해 한일공동개최를 결정했다. 첫 출장한 한국(A조)은 지난해 유럽챔피언 프랑스, 전년 대회 우승팀 멕시코, 2000 오세아니아네이션스컵 패자 호주와 같은 조에 편성되어 있다.
일본(B조)은 브라질, 카메룬, 캐나다와 같은 조. 총상금 900만 달러 가운데 우승팀에게 225만 달러, 준우승팀에게 150만 달러, 3위 125만달러, 4위 100만달러가 돌아간다. 또 각 포지션 베스트11도 선정된다.
■무엇을 준비하는가
한ㆍ일 양국이 공동개최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여부를 위한 예비고사이다.
대회운영, 입장권판매, 마케팅, 홍보 등 주업무는 한ㆍ일 양국의 축구협회가 관장하지만 월드컵조직위원회는 대회의 수송, 숙박, 의전영접, 자원봉사, 문화행사, 안전 등 월드컵 개최와 직결되는 해당업무를 직접 수행한다.
조직위가 이번 대회서 점검하는 항목은 장비부터 식음료안전과 보험에 이르기까지 모두 300여 항목이 된다. 월드컵 준비를 위한 노하우를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최대한 축적해야 한다는 각오이다.
월드컵조직위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는 수원, 대구, 울산 3개 개최도시에 총23개의 지정호텔을 선정하고 1,5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선발, 대회운영을 위한 마무리 교육을 실시하는 등 분야별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또 대회기간에 150여명의 조직위 인력을 개최도시 운영본부에 투입, 월드컵 개최의 실전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앞두고 일부 개최도시의 경기장 주변도로는 교통체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장별 미디어센터(SMC) 준비상황이 FIFA의 요구수준에 다소 미흡한 상태여서 각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월드컵과 컨페더레이션스컵의 대회규모 차이가 너무 커 민박, 연수원, 텐트촌의 중저가숙박시설 활용문제 등 월드컵의 중점사안에 대한 모의실험의 한계성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 진행중이다.
한편 개최도시 운영본부와 시민들 역시 이 기간에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자질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른다. 수도권 등 대회개최지에선 30일과 31일 실시되는 승용차 격일운행에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또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교통 및 경기장 질서 등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일재 월드컵조직위 평가개발부장은 “개최도시의 실무처리능력과 시민들의 질서의식 수준도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기간 중점적으로 평가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8개국 전력 분석
▽A조
▲한국
2년전 한국이 브라질을 1_0으로 이겼을 때 유럽의 TV들은 이 소식을 전하며 ‘이것은 정말이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브라질전 승리는 약체 한국이 홈이점만 살린다면 돌풍도 가능하다는 예가 된다.
최근 대표팀은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의 높은 관심을 등에 업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멕시코, 호주가 주전들이 불참하고 프랑스는 시차적응 문제가 있어 유리하다. 황선홍이 가세, 공격진에 무게가 실렸고 고종수의 상승세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
▲프랑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오른 실질적인 세계 최강.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지난해 유럽선수권서 연속 우승했고 지난 3월 스페인전(1_2)을 제외하고 무패행진중이다.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트레제게, 튀랑 등 주요선수가 빠졌지만 티에리 앙리와 니콜라 아넬카의 투톱은 가공할만하다. 지단을 대신할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에 뽑힌 비에이라(아스날) 에릭 카리에(낭트) 등 신예들의 활약이 변수이다.
▲멕시코
한국은 98년 월드컵서 멕시코에 1_3으로 패했다. 그러나 하석주가 불의의 퇴장을 받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멕시코는 월드컵 본선진출 11회의 관록을 자랑한다.
98년 당시 한국수비진을 농락한 노장 에르난데스와 블랑코 등 해외파가 빠지고 수비수 클라우디오 산체스 등 월드컵 참가경력 6명을 중심으로 신예를 대거 포함시켜 원래 전력의 80% 정도로 예상된다. 역대 1승1무5패로 한국이 현저히 열세지만 해볼만하다.
▲호주
한국과 역대 6승6무6패의 호적수. 97년 컨페더레이션스컵서 준우승을 한 경력이 있지만 당시 출전팀과 대회수준을 고려할 때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는 한 차례 진출.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4개국 대회서 허정무사단에 2_4로 패한바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마크 비두카와 네드 젤릭 등 주전들이 빠지고 신예중심으로 출전, 전력이 약화됐지만 참가선수중 19명이 해외팀에서 뛰고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B조
▲일본
올해 프랑스에 0_5로 패했으나 스페인에는 0_1로 졌다. 특히 스페인전서는 종료직전 골을 내줬지만 수비진의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일본의 핵은 ‘천재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AS로마). 수비형 미드필더 나나미와 나카무라가 빠졌지만 모리시마와 오노 등이 있어 전력차질은 크지 않다. 핫토리, 모리오카, 마쓰다가 이끄는 수비진의 조화와 나카타의 공격조율이 일본의 강점. 카메룬과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최근 잦은 감독교체와 파라과이, 에콰도르에 패하는 등 분란에 빠진 느낌이지만 프랑스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
이번 대회에는 사실상 2군을 출전시켰다. 호마리우, 에디우손, 히바우두, 카를로스, 카푸 등이 남미 클럽대회와 유럽리그 일정 때문에 불참, 수비수 제마리아와 GK 디다, MF 제 호베르투 등 과거 대표팀 멤버였던 노장과 신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 결승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룬
브라질의 에메르손 레앙 감독이 최대 라이벌로 지목했을 정도의 강호.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돌풍을 시작으로 지난해 올림픽 우승으로 관록까지 붙었다.
이번 대회 불참할 예정이었던 지난해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이자 카메룬 월드컵본선 3회 연속 진출을 이끈 음보마(AC 파르마)가 참가하기로 24일 최종 결정돼 전력이 한층 강해졌다. 음보마를 축으로 올랑베, 포가 이끄는 공격진이 막강하다. 스피드와 유연성이 돋보이는 팀이다.
▲캐나다
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이어 두번째 본선진출을 노렸지만 2002년 월드컵 북중미 예선 준결승 C조 3위로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2월 북중미 골드컵에서 한국과 0_0으로 비긴 뒤 동전던지기로 D조 2위에 올랐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팀중 최약체로 평가된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도 65위에 불과하다. 지난 달 이집트 4개국 대회에서도 홈팀 이집트에 0_3으로 패하는 등 최근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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