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들은 내년부터 화장(火葬)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장묘대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시립 화장장과 납골시설의 용량이 연말이면 포화상태에 달하는데도 화장장과 납골당이 들어설 추모공원은 아직까지 부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3개 추모공원 건립 후보지의 주민들 의견을 듣기 위한 서울시의 공청회가 서초구의 집단퇴장으로 세 차례나 무산된 가운데 서초구는 독자적인 공청회를 개최, 서울시의 부지 선정 과정 등을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나섰다. 반면 시는 이르면 내주 중 최적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충돌까지 우려된다.
■서초구, 소송 불사
서초구는 23일 오후 2시30분 구청 대강당에서 '청계산 생태보존에 관한 포럼'을 개최했다.
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포럼은 순수하게 청계산의 생태학적 가치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청계산에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데 반대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것이 시 주변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날 포럼에는 그동안 추모공원 건립에 앞장서 반대해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구는 특히 25일 오후 2시 구민회관에서 '서울시 제2화장장 후보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자체 공청회를 열어 추모공원 선정과정 등을 집중 성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내주 부지 발표 강행
서울시에 추모공원 최적 후보지를 선정, 추천토록 돼 있는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는 이르면 내주중 선정 부지를 최종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28명의 심사위원들이 심도있게 13개 후보지에 대해 논의해온데다 후보지 주민들 의견도 모두 들은 만큼 더 이상 발표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협의회 건의가 오는대로 이를 확정 발표하고 올해 안에 부지를 매입해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초구는 청계산이 추모공원 부지로 확정되면 서울시장의 재량권 남용 및 사유재산권 침해 등으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착공시기 등은 미지수다.
■내년부터 장묘대란
현재 서울시의 화장ㆍ납골시설인 경기 벽제 승화원과 용미리 추모의 집은 연말이면 완전 포화상태에 이르러 내년부터 시민들은 화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추모공원 공사에는 적어도 3년이 필요해 이 기간에는 지방 또는 민간 화장시설을 이용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시가 너무 늦게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등의 경우 추모공원 건립에 10년 이상 걸린 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90년대 초반 30%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최근 50%로 폭증한데다 관련 법 개정이 늦어지고 주민들 반대도 심해 미리미리 추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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