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통 재즈와 북구의 전위적 재즈가 5월 끝자락 서울에서 부딪친다. 국내에서 이미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한 다이앤 슈어와 국내 첫 소개되는 노르웨이 그룹 비디 벨.백인 여가수라는 점, 재즈 혹은 재즈 정신을 예술의 근간으로 삼는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더구나 한 사람은 시각장애인, 또 다른 사람은 늘씬한 미녀라니.
슈어(49)는 첫 내한은 아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GRP 수퍼 밴드의 일원으로 내한해 소프라노 뺨치는 능숙한 고음과 엘라 피츠제럴드를 위협하는 스캣으로 국내 재즈팬을 매료시킨 터.
이번에는 빅 밴드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두 반주자와 동행하는 무대다. 베이스와 드럼 반주에 맞춰, 피아노 연주까지 뽐낸다.
피아노를 치는 시각장애 재즈 보컬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곧 레이 찰스에 비견된다. 또 그래미 최우수 여자 재즈보컬 수상(1987년)과 빌보드 재즈차트 1위 기록(1999년)등 재즈 보컬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영광 덕택에 흑인 시각장애 팝 가수 스티비 원더의 재즈 버전으로도 일컬어진다.
재즈 아티스트로서는 과분한 유명세를 탔다고 생각할 사람들에게, 그는 거장 스탠 게츠와의 백악관 공연(1982년)과 카네기 홀 공연(1988년) 사실을 귀뜸할 것이다.
장애인으로서 그의 영광은 제1회 엘라 피츠제럴드상 수상(1999년), 헬렌 켈러상 수상(2000년)으로 더 오를 곳이 없어졌다.
당뇨병 악화로 말년에 다리를 절단한 재즈 보컬의 여왕 엘라 피츠제랄드상의 첫 임자로 디들스(슈어의 애칭)가 선정됐다는 사실에 아무도 토를 달 수 없었다. 30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월 1일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 (02)2166-2700
반대로, 벽안의 미녀 가수 베아타이 레치(27)의 무대는 우리 시대 재즈가 도달할 수 있는 극점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느슨하게 풀어지는 스윙에서 테크노 뺨치는 긴박한 리듬까지. 재즈, 팝, 테크노가 결합된 포스트 모던 재즈의 진수다.
'비디 벨'(아름다운 민요)이란 1999년 그가 음악 동료 마리우스 레크샤(베이스)와 함께 만든 프로젝트 듀엣 그룹이다.
두 사람에 드럼과 DJ가 가세하는 무대다. 능란한 스크래칭 등 디제잉(DJing)을 깔고, 그는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새로운 재즈의 전도사가 된다. 29일 저녁 7시 30분 폴리미디어 씨어터. 1588-1555
우리 시대 재즈의 스펙트럼을 좌(레치)에서 우(슈어)까지 체감하고 싶다면, 두 무대를 모두 찾더라도 조금도 아쉽지 않을 기회다. 특히 재즈 팬이라고 자처해왔다면.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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