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앨범판매 252만장으로 최다판매 기록을 갖고 있는 가수 김건모(33). 94~96년에는 3년 연속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웠으나 99년 말에 낸 6집은 60여만장에 그쳤다.그러기에 7집을 내기 전에는 각오가 대단한 듯 했다. 하지만 정작 앨범을 내고는 무척 겸연쩍어 한다. "나이도 30대 중반이고 가수생활도 10년째다.
이제는 '판매량 몇백만장'을 바라보고 가수할 때는 지났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7집은 '맘 먹고'전 세대를 공략했다는 느낌이 든다. 10~40대가 두루 좋아할 만한 곡들로 채워진 데다 타이틀곡 '미안해요'는 다분히 '기성세대적'이다.
'그대여 지금껏 그 흔한 옷 한 벌 못해주고.생일날 따뜻한 밥 한 번 못 사주고.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처연한 멜로디에 '젖은 손이 애처로워.'식의 가사가 김건모 답지 않게 느껴진다.
머리도 얌전한 까만색이다. 지난해 10월 '이소라의 프로포즈'200회를 맞아 잠깐 방송에 출연했을 때는 하얀 은발이었다. 음악부터 비주얼까지, 김건모는 이제 30대 이상의 성인취향으로 돌아선 것일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대다. "이제는 머리 색 규제도 풀렸고, 남들이 총천연색으로 하고 다니니까 까만색으로 한 거죠.
전 청개구리이니까요."6집에서는 머리색 때문에 모 방송국에서 규제에 걸리자 아예 3개월만에 방송활동을 접어 버렸다. "시키는 대로 모자 쓰고 몇 장 더 판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고집에서였다.
타이틀곡을 '미안해요'로 한 것은 단지 '모니터 결과가 좋아서'다. 그는 "결국 또 댄스곡을 부르며 '개다리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발라드를 타이틀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집때도 타이틀은 슬픈 발라드 '혼자만의 사랑'이었지만 결국 레게댄스 '핑계'가 압도했다. 3집때도 신나는 댄스 '잘못된 만남'이 '아름다운 이별'을 앞질렀다.
그는 '부를 때 신나는 곡'이 제일 좋다. "발라드곡 부르면 중간에 간주 부분에 고개 숙이고 무슨 생각 하는지 아세요? '다음엔 1절만 불러야지.'합니다.
쓸데없이 무게 잡는 게 싫어서요." 7집에서 가장 부르기 좋은 노래로 댄스 비트의'짱가'를 꼽는다.
'개다리춤'을 비롯한 기발한 안무를 구상중이다.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조금 굵어졌다. 그는 "재즈를 하기 위한 전단계"라고 한다. 이따금 2,3집에서의 여린 듯 하면서 소울풀한 목소리를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Goodbye Yesterday'라는 곡으로 못을 박았다.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는 건데/지난 나를 그리워하는 바보 같은 너의 고집에/무너지는 내마음을 알아줘'
그의 순발력과 재기발랄함은 만연한 '개인기'의 원조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그것은 타고난 '체질'일 뿐, 노래는 못 부르고 개인기만 구사하는 후배들과는 달리 가수로서의 단련 과정은 누구보다 호되게 거쳤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서러움에 눈물도 많이 흘렸고, 오기도 생겼다. 그러면서 엔터테이너로서 필요한 '끼'도 길렀다. 그래서 가수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일부러 '독하게'굴기도 한다.
"10년이 되니 이제는 뭘 좀 알 것 같다"는 김건모. "결혼계획은 없고 연애계획만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는 젊고 재기발랄하다. 특유의 오기와 고집까지 여전히 '김건모답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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