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된 지 43시간 만에 안동수 법무장관이 경질된 것은 결과적으로 인사의 실패를 의미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사람을 쉽게 쓰지도 않고 쉽게 버리지도 않는 신중한 스타일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인사의 '실수'가 나타나는 것은 이상주의적 의지와 인재 풀의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김 대통령이 안 장관을 파격적으로 발탁한 배경에는 법무부와 검찰을 '사람 잡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인권을 옹호하는 보안관 같은 기관'으로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배어 있었다.
검찰의 기존 질서에 익숙해 있는 인물로는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 야당의 길을 걸어오고 무료변론을 해온 안 장관을 낙점한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김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후 까지 염두에 두고 검찰의 변화를 추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현실에서 이상주의적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검찰은 어느 조직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상하관계, 경력이 중시되는 권력의 중추기관이기 때문에 파격 인사는 저항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1999년 5월 개각 때 연극인 손숙씨를 환경부 장관에 임명했다가 한 달 만에 낙마시켜야 했던 것도 기존 관행과 질서를 역류했다가 실패한 경우다.
또 다른 문제점은 소수 정권의 한계 때문 이기도 하지만 인재 풀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검찰이 현실적으로 권력을 뒷받침하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믿을 수 있는 인물'의 선택에 집착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어느 조직이건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 주변의 통할이 쉬워진다. 그러나 검찰이나 국정원의 주류 인맥이 과거 야당의 시각에서 보면 적대적 세력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그 결과 비주류적 인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런 선택이 정권의 외연(外延)을 확대시키는 데는 한계로 작용하곤 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인사검증과 정보가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국정원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공조직 보다 사적 채널의 의견이 중시되는 경향도 판단의 오류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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