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티베트 평화해방 기념일’로 정한 23일을 맞아 인도에 망명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접견, 중국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홍콩의 밍바오(明報)는 23일 티베트가 1951년 중국에 주권을 넘기는 문서에 서명한지 50주년이 되는 날에 달라이 라마가 백악관을 방문, 부시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이는 미국이 베이징(北京)을 자극하기 위한 도발행위라고 지적했다.
달라이 라마는 22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를 방문,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을 45분간 만나 티베트 문제,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최근 수 년간 미국 및 대만 방문 등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중국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정식 회동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과거 두 차례 달라이 라마와 백악관에서 만난 적이 있으나 접견 형식이 모두 집무실에서의 회동이 아닌 ‘손님’이 머물고 있는 제3의 장소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등 ‘약식’형식이었다.
미 국무부는 부시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이번 회동이 중국과 티베트 망명정부간 대화재개 및 티베트의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 유지 등 외교 현안을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미국 뉴욕방문 이틀째인 이날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을 만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陳 총통은 이날 오전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찾아온 줄리아니 시장을 면담, 대만과 뉴욕시의 경제관계 확대방안 등을 논의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陳 총통에게 뉴욕시가 공식 외교사절에게 수여하는 행운의 열쇠와 명예 뉴욕 시민증을 수여하는 등 陳 총통을 극진히 맞았다.
미국 언론들은 陳 총통이 비공식 방문이지만 국가 원수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상ㆍ하원 의원 20여명은 전날 만찬 참석을 위해 워싱턴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공군 수송기를 타고 뉴욕에 왔다고 보도했다.
陳총통은 이날 오후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NYSE)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거래소를 둘러본 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방문했으며, 저녁엔 대만계 이민사회 지도자 200여명을 초청, 만찬을 가졌다. 陳 총통은 23일 중남미 순방을 위해 첫 방문국인 엘살바도르로 떠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천수이볜 통역사 美서 '스타탄생'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수행해 미국에 온 대만의 통역관 비킴치아오(30ㆍ사진)가 뉴욕에서 총통 못지 않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22일과 23일 오ㆍ만찬 행사에선 미국의 상ㆍ하원 의원들이 陳 총통과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치아오에 악수를 청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그가 인기를 끄는 것은 수려한 외모와 유창한 영어실력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대만판 르윈스키' 스캔들로 국제적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이다.
총통선거 당시 국민당은 陳 총통 캠프의 핵심참모로 활약한 치아오가 陳 총통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주장했다. 陳 총통의 부인인 우수천(吳淑珍)이 장애인인데다, 치아오가 독신이기 때문에 이 주장은 한때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두 사람이 정면 부인한 뒤 스캔들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미국 시민권을 버리고 12월 대만 총선에 출마할 계획인 치아오는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4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오하이오주 오베를린 대학을 졸업한 뒤 1995년 대만으로 돌아와 줄곧 陳 총통의 참모를 지내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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