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고, 아직도 불씨가 살아있는 개헌론.고도의 '집권 복선'이 깔린 여야간 개헌공방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5년 대통령 임기제의 소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경제계에도 있다.
'권력 사이클'과 '경기 사이클'이 5년 주기로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정권말이면 필연적으로 정치ㆍ경제가 함께 난맥상을 빚는다는 게 '경제적 개헌론'의 주장근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2년 이래 6차례의 경기순환에서 한 사이클(저점→정점→저점)의 평균 지속기간은 53개월. 대통령 실질임기와 엇비슷하다.
문제는 정권과 경기의 시종(始終)이 5년 주기로 일치, 늘 '집권초=경기확장, 임기말=경기위축'의 패턴이 나타난다는데 있다.
집권 전반부엔 정치적 힘도 센데다 경제까지 호전돼 승승장구하지만, 임기후반이 되면 정치기반의 동요속에 경기까지 내리막길을 걸어(평균 35개월째부터 수축국면 시작),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YS정부가 전형적인 케이스다. 경기 저점(93년1월) 한달 뒤 출범한 YS정부는 바닥을 치고 치솟는 경기와 대중주의적 사정정치를 바탕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임기 3년이 지난 96년3월(정점)부터 경기는 수축기에 들어섰고, 각종 스캔들이 겹치면서 결국 걷잡을 수 없는 권력누수를 겪어야 했다.
현 정부도 최악의 바닥경기(공식 저점은 98년8월)를 딛고 태어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두자릿수 성장을 바탕으로 전반기는 거칠 것 없는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3ㆍ4분기 임기반환점과 경기정점이 겹치면서 정치적 주도권과 경제안정까지 한꺼번에 상실했다. 부분적 회생조짐에도 불구, 현 수축국면은 내년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고, 이 경우 예의 '임기말+경기하강=레임덕 가속' 공식은 또 한번 확인되는 셈이다.
경기적 요인 때문에 개헌을 하자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지만 임기말 혼란을 피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권력 및 경기 사이클의 동조 현상은 깰 필요가 있다. 재임 내내 호황기였던 클린턴 행정부처럼 세심한 경기관리로 순환기간이 길어지게 한다면 '경제적 개헌론'이 나올 필요도 없지만.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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