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은 우선 제목부터가 도발적이어서 눈길이 간다. 내용 또한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수준이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쏟아내 '재미'가 있다.'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라는 책이 그것이다. 대우자동차 매각은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우리 경제의 현안이어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대우기술연구소 선임과장 김대호씨. 운동권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을 하다가 대우차에 입사했다.
그는 "자동차를 잘 몰랐던 김우중 회장과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이 대우를 망쳤고, 노조와 채권단은 한가닥 회생 가능성까지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책임자는 정부라고 했다.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채권단에 대우를 떠넘기고 원론적인 시장기능만 운운하면서 국가적 조정기능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직 고위 관료의 공무원 비판도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역시 직설적이어서 쉽게 피부에 와 닿는다.
최종찬 전 기획예산처 차관의 공개 발언은 공무원 조직의 고질적인 비효율과 비능률에 대한 고발이다.
그는 "공직자들이 밤 늦도록 열심히 일하지만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정작 국민들은 서비스 개선을 실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청사에는 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히 전력만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김대호 과장은 그동안 대우차 문제에 있어 별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아니 낼 수가 없었던 그룹에 속한다.
이 계층은 구조조정의 고통은 똑같이 당하면서도 사무직이란 이유로 침묵을 강요당하곤 했다. 오히려 그 때문에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최 전 차관은 공무원 생활을 30여년 했고, 정부 개혁의 야전 사령관을 지냈다. 이런 상태라면 정부 혁신은 연목구어가 된다는 우려에서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단순히 이런 이유만으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경청할 만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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