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황병기(65ㆍ이화여대 교수)가 올해로 창작활동 40주년을 맞았다. 1962년 현대 가야금 창작곡의 효시인 '숲'을 발표한 이래 그는 가야금 연주자 겸 작곡가로서 현대 한국음악에 뚜렷한 발자국과 함께 우뚝 서 있다.마침 8월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그의 음악을 주제로 한 대형 헌정무대가 마련됐다.
'우리는 하나-황병기 음악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2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은 국악인뿐 아니라 클래식, 록, 재즈, 우리의 전통무용과 서양 현대무용, 서예와 액션 페인팅, 비주얼 아트까지 참여해 총체 무대를 꾸민다.
이지영 박현숙 김일륜(가야금) 김남은 허윤정(거문고) 강은일(해금) 홍신자(구음) 장영규(베이스) 김대환(타악ㆍ서예) 한충완(키보드) 박영애(액션 페인팅) 방희선(현대무용) 이예찬(바이올린) 윤인숙(소프라노) 홍종진(대금) 마사루 소가(조명 퍼포먼스) 등이 출연, 황병기 음악을 연주하고 춤춘다.
그는 현대 가야금 창작음악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의 전통적인 연주법이나 음계에서 벗어나 가야금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최초의 가야금 독주곡인 '숲'을 비롯해 가야금 무대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침향무', 1975년 초연 당시 관객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을 만큼 너무 충격적이라 해서 재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전위음악 '미궁'등 그의 작품은 현대 가야금 음악의 가장 빛나는 성과이다.
그의 작품은 이미 고전에 속한다. 연주자들의 필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땅거미 질 무렵 풍경처럼 슬프면서 무겁지 아니하고, 눈부시기보다 잔월(殘月ㆍ새벽달)처럼 그윽한"(소설가 강석경) 그의 음악은 국악을 처음 듣는 이들도 금방 빨려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작품집 4종은 국악 음반 최고의 스테디셀러다. "대중 취향을 따르지는 않지만 대중을 중시한다"는 그는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깊이가 있으면 언젠가는 대중이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라고 자평한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그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섭섭하긴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되어 연주와 작곡에 더 전념할 수 있으니까요. 틈틈이 글도 쓰렵니다."
이번 공연 수익금 전액은 UN 환경프로그램(UNEP) 한국위원회에 전달, 비무장지대 환경 보호에 쓰일 예정이다.
공연에 맞춰 재미 작곡가 나효신이 인터뷰한 책 '황병기와의 대화'(도서출판 풀빛)가 나왔고 기존 음반도 새로 손질해 다시 선보인다.
현대 가야금 음악의 이정표를 세운 황병기. 그의 음악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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