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미국의 적극 개입 결정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1일 미국이 '미첼 보고서'를 승인한 직후 일제히 이 보고서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마틴 인디크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는 이날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미첼 보고서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하는 등 미국의 중재행보가 구체화했다.
조지 미첼 전 미 상원의원이 이끄는 미첼 위원회의 중동평화 권고안은 ▦양측이 즉각 휴전에 합의하고 ▦일정한 냉각 기간을 가진 뒤 ▦평화협상을 재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와함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폐지했던 중동특사직을 부활시켜 윌리엄 번스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 지명자를 임명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당사자간 해결'원칙을 내세워 방관적 자세로 일관했던 부시 행정부의 대 중동정책이 궤도를 수정했음을 뜻한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번스 특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신뢰회복의 일정을 만드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급격히 해결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첼 보고서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지'를 권고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정착촌 확대는 않되, 이미 건설한 정착촌의 계발은 멈추지 않겠다는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태도는 요르단강 서안 양보 등을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측의 입장과 여전히 상충하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이번 사태의 시발인 지난해 9월 봉기 이후 '동예루살렘 수복'문제에 한 발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점도 큰 장애물이다. 더욱이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폭력 중단 의지를 갖더라도 무장 저항단체들이 쉽사리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美 중동특사 윌리엄 번스
미국의 새 중동 특사로 임명된 윌리엄 번스(44) 주 요르단 대사는 중동에서만 20년 동안 외교관을 지낸 지역전문가이자, 중동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주창해온 인물이다.
1982년 요르단 미 대사관에서 공직을 시작해 대통령 특별보좌관, 국가안보회의 국장을 거쳐 98년 요르단 대사에 올랐다.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로 발탁돼 현재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98년 미국에서 열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등 중요한 중동평화 회담에 줄곧 중재 실무자로 참여했다. 특히 고(故) 후세인 요르단 국왕과는 친분이 두터워, 그의 중동평화방안을 적극 지원했다.
그의 특사 임명에는 미국이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해 주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17일 열렸던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도 그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선택 아닌 필수"라며 미 행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었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