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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崔南柱와 스웨덴 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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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崔南柱와 스웨덴 왕실

입력
200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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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신혼여행 차 아시아 각국을 여행하던 스웨덴 왕세자 아돌프 구스타프 6세는 경주에서 길고 소중한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된다.그 해 10월 경주시 노서동에 있는 한 왕릉 발굴조사가 있었는데,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이 진귀한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힌다.

조선총독부의 호의로 뜻을 이루게 된 그는 작업장에서 한 젊은 발굴단원을 주목한다. 조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발굴 조사에 참여한 최남주(崔南柱) 청년이었다.

■발굴성과는 놀라웠다. 상단에 3마리의 봉황장식이 붙어있는 황금보관이 무덤에서 나온 것이다.

사슴 뿔 모양의 화려한 出자 형 정면장식은 북방계 문물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동아시아 고고학 연구에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였다.

이 무덤의 이름을 구스타프 왕세자의 나라이름인 서전(瑞典)과 금관의 특징인 봉황에서 한 글자씩 따 서봉총(瑞鳳塚) 이라 붙인 것도 북유럽에서 온 귀빈의 발굴작업 참여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선의 고대문화에 매료되어 하늘같이 높은 신분임에도 흙일을 마다하지 않던 구스타프를 최 청년은 잊지 못하였다.

왕세자도 경주문화 보존에 미친 식민지 청년을 친구로 여겨 자연스레 편지가 왕래하게 된다.

그 때부터 시작된 경주 남산 불교유적 발굴에 계속 참여한 청년은 발굴유물의 탁본과 고미술품 복사본 등을 보내 주었고, 왕세자는 이를 모아 전시실을 꾸며 한국의 고대문화를 널리 전파했다.

■이런 인연으로 청년은 뒷날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스웨덴 최고 훈장을 받게 된다. 두 사람은 이제 이승에 없지만 2,3세의 교류는 이어지고 있다.

구스타프의 손자인 칼 구스타프 왕은 한국방문 때마다 서봉총과 할아버지 친구의 후손을 찾았다. 최정필(세종대 박물관장)교수 등 청년의 자녀들도 지난해 11월 스웨덴 정부 초청으로 스톡홀름을 방문, 선대의 우의를 다졌다.

19일 열린 최남주 선생 추송비 제막식에 왕실 특사로 참석한 페터 하마스드럼의 축사는 국가간의 우의를 말해주었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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