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등을 가정해) 서류상으로 편제한 것 뿐이다. 문제될 게 없다."(교육인적자원부 고위간부), "뭐가 문제냐. 이 문제를 떠벌려서 국가안보나 국익에 뭐가 도움이 되느냐."(국무총리실 비상계획위원회 고위간부)
정부가 모든 고교생을 대상으로 '전시 학도호국단'이란 이름으로 사실상의 '학생 군사조직'을 비밀리에 편성해 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22일 오전.
관련기관 책임자들은 한결같이 '괜한 일로 말썽'이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관련 서류가 유출된 경위를 샅샅이 조사하겠다"는 으름장도 들려왔다.
정부 관계자들의 대응과 논리를 보면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학도호국단을 편성했다는 점은 일견 타당성을 갖는다.
본보가 '전시 학도호국단'을 보도한 이날 아침 학생 군사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e메일과 전화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수십년동안 유산처럼 붙잡고 있는 '비밀주의 행태'다. 우선 '나 자신과 내 자식이 유사시에는 전쟁에 동원된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 당사자들의 당혹감을 염두에 두었는 지 묻고 싶다.
개명천지인 마당에 안보논리의 정당성을 앞세워서라도 공론화를 통해 '학도호국단'을 '공식 조직'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했는 지도 따지고 싶다. 또 군사교육 한번 받지 않은 학생들의 '실효성'을 검토했는 지도 의문이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한완상(韓完相) 교육부장관이 극비리에 편성된 '학도호국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 지도 궁금하다.
사회부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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