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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거짓말… 깨지는 알리바이 - '安법무 문건' 의혹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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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거짓말… 깨지는 알리바이 - '安법무 문건' 의혹 커져

입력
200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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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수 법무장관의 인사말 초안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사태 수습을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거짓증언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안 장관의 후배변호사로 초안을 작성했다고 주장한 이경택 변호사와 사무실 여직원 윤모씨 등이 수차례 기자회견 등에서의 해명진술을 번복한 데다 이 변호사가 초안작성 시점에 골프장에 있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황상 안 장관이 청와대 발언용으로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는 의구심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21일 최초 해명시에는 골프장에 간 사실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가 22일 뒤늦게 골프장에 있었던 사실을 시인했다. 또 오전9시20분에 경기도의 골프장에서 시작한 경기를 오후1시에 끝내고 2시간여만에 서울의 법률사무소로 돌아왔다는 것도 골프 관행상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가 사무소로 돌아온 시점에 이미 안 장관은 청와대에 있었다는 정황은 문제의 초안을 안 장관이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A4용지 2매 분량의 초안중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말에 해당하는 앞장은 안 장관이 작성했고, 장관 취임사의 골격에 해당하는 뒷장은 뒤늦게 이 변호사가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추리가 가능해진다.

초안을 법조 기자실에 팩시밀리로 보냈던 여직원 윤모씨도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변호사의 지시로 (초안의) 첫장을 타이핑했고 뒷장은 원래 있던 것을 합쳐놓았던 것"이라며 "21일 정오께 장관님이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착각을 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변호사도 22일 오전에 "내가 직접 작성한 것은 문건의 첫장 뿐"이라며 전날 해명을 뒤집었고, 윤씨는 "초고 종이는 퇴근길에 버렸고 문서는 PC에서 삭제했다"고 증거제시를 기피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사말 초안의 용도다. 원래 취임사라고 알려졌던 이 초안에 대해 21일 법무부 해명문은 '취임사가 아닌 말씀자료'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초안은 청와대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할 내용이라는 추정이 유력하며 취임식 후 법무부나 검찰 간부들에 대한 담화내용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용도이든 안 장관 개인이나 안 장관 캠프의 평소 소신이 담겼을 것이며 법 집행기관의 수장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만일 청와대에서 문제의 초안을 토대로 인사말을 했다면 어느 부분까지 했을까 하는 점도 마지막으로 남는 궁금한 대목이 될 수 밖에 없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법무부.검찰 반응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안동수 장관의 인사말 초안 파문과 관련, "낙선정치인을 무리하게 장관에 기용한 탓에 발생한 일"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장관이 경질되는 사태까지도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조심스레 제기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사 경력도 7년 밖에 되지 않는 낙선정치인을 장관자리에 앉힌 것이 화근"이라며 "대통령이 실세 총장을 위해 김정길 장관을 경질하고 정치인 출신 변호사를 임명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도 "법무장관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수사 검사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가 정말로 정권재창출을 통해 대통령의 성은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사람이 갑자기 머리보다 큰 모자를 쓰면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며 "장관은 꿈도 꾸지 못하던 분이 그 자리에 올랐으니 제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답답해 했다.

일부 검찰 간부들은 전국 검사의 최고 지휘통솔권자인 장관의 행보가 자칫 총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법무부의 일부 간부들은 "해명이 다 끝난 해프닝을 가지고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직접 작성한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법무부와 검찰 조직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될까 걱정"이라고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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