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때 빈손으로 월남하여 어렵게 재산을 모은 70대 할머니가 20억 원대의 토지를 연세대에 기증해달라는 유언을 남겨 감동을 주고 있다.연세대는 지난해 4월 숨진 이연희(당시 75ㆍ여) 씨로부터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토지 250평(시가 25억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증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이씨는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남편과 빈손으로 월남한 뒤 삯바느질과 빨래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았다. 이씨의 운명이 바뀐 것은 60년대.
전국에 걸친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당시 건축자재업을 하던 이씨 남편은 큰 돈을 벌었다. 그 사이 이씨는 6남매를 훌륭하게 키웠지만 92년 남편과 사별, 홀몸이 됐고 얼마 후 자신도 간암선고를 받았다.
수년동안 암과 힘든 싸움을 벌이던 이씨는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운명을 한달여 앞둔 지난해 3월 가족회의를 소집, 자녀들에게 유산을 보람 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큰아들 이명수(50)씨는 어머니의 재산을 자신이 졸업한 연세대에 기증하자고 건의했고 이씨는 곧바로 유언장에 큰아들 이씨가 건의한 내용을 추가했다.
큰 아들 이씨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뜻이 이루어져 기쁘다"면서 "화장지를 반쪽으로 나누어 쓰실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해 모은 재산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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