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선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경유지로 미국 뉴욕을 사상 처음으로 방문,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陳 총통은 21일(현지 시간) 뉴욕에 도착, 23일까지 머물면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및 상ㆍ하원 의원들과 회동하고, 뉴욕 증권거래소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귀국길인 내달 2~3일 휴스턴에서 하원 민주당 원내 총무인 톰 딜레이 의원을 만나는 한편 프로야구 경기도 관람할 계획이다.
陳 총통이 대만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을 방문하고 활발한 공식활동을 펴는 것은 1949년 대만에 반공정부를 수립한 이후 '최대의 외교 성과'로 평가 받고있다.
도널드 자고리아 교수(미 헌터대)는 "陳 총통의 뉴욕 방문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대만을 중요한 교역 및 안보 동맹국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은 陳 총통의 뉴욕 방문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 중ㆍ미 관계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陳 총통이 방미 기간 중 다양한 활동을 보장받은 것은 국무부가 미국을 방문하는 대만 지도자들의 활동을 엄격히 규제했던 관행을 탈피한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과 미국의 격한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빌 클린턴 전 정부는 지난해 8월 陳 총통의 로스앤젤레스 일시 경유 때 陳 총통의 공식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한 바 있다.
중국은 대만 지도자의 미국 방문을 대만 독립을 부추기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거부하는 등 중국에 노골적인 반감을 보여온 줄리아니 시장과 陳 총통의 회동은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江 주석이 중남미를 순방한 지 한달 만에 陳 총통이 25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리는 중남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등 과테말라, 파라과이, 온두라스, 파나마 등을 방문하는 것은 중남미에 대한 중국과 대만의 본격적인 외교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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