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발전기금은 '음성 찬조금의 양성화'와 '교육재정의 한계를 넘는 교육수요에 대한 재정충당'이 목적.하지만 기금 모금과 운용이 파행적으로 이뤄지면서 '공공연히 강요된 찬조금' '또 다른 형태의 잡부금'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 모금강요 실태
중학 2년 아들을 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황모(43.여)씨는 지난달 말 학부모회 임원의 전화를 받았다.
"학교의 에어컨을 사용하려면 승압공사가 필요하다 3,000만워의 공사경비를 반별로 부모들에게 할당하려하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발전기금은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많지않다. 학급별 할당, 전화 독려, 가정통신문 전달 등 다양한 반 강제적모금방법이 일반적으로 동원된다.
참교육학부모회 황수경(42.여) 상담실장은 "하루 접수되는 학부모 상담건수의 30~40%가 학교 발전기금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격차 부추기는 발전기금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G초등교의 모금액수는 무려 5억 1,682만원. 반면 최하위인 b중학교는 고작 20만원에, 하위 10개교의 모금액수를 다 합쳐도 700만원이 채 안된다.
상위 10개교 중 5개가 강남, 송파등 비교적 여유로운 지역의 학교다.
접수액에 따라 사용처도 큰 차이가 있다. G초등학교는 1억 5,300만언을 모금해 이중 칼라프린터와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등 고급 기자재를 구입하는데 1억 4,500만원을 쓴 반면 4,300만원을 모급한 K초등학교는 결식아동 중식 지원금으로 3,400만원을 썼다.
강남의 명문 K고교는 3억 7,800만원 가운데 2,480만원을 학생 장학금으로 지원했지만 강서 지역의 K고교는 2,700만원의 접수액으로 시설보수를 하기에 급급했다. 개별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이같은 차이는 심각하다.
서울시의회 문화교육위 소속인 차성환(송파.민주당)의원은 "이 같은 학교별 편차가 누적되면 학교 격차가 심화하고 공교육의 취지까지 훼손 할 것"이라며 "격차를 보전할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취지 벗어난 기금운용
학교발전기금은 대부분 학교 담장이나 교실등 교육시설의 보수 및확충이나 컴퓨터등 교육용 기자재 구입 같은 눈에 보이는 곳에만 쓰이고 있다.
더구나 발전기금을 학교운영위원장 개인 구좌에 보관하거나 인쇄비, 간식비등 모금 목적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학한(36) 정책실장은 "교육시설에 대한 투자가 규정을 벗어난 건 아니지만 단기적이고 물질적인 부분에 쓰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규정을 바꿔서라도 학생자치활동지원과 특성화 교육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취지를 살리는 장기적인 투자에 쓰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교대 심성보(교육학) 교수는 "기금조성과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이나 학교측의요구에 반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교운영위원회가 기금에 대해 적극적으로 심의하고 감시할 수 있도옥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Itrees@hk.co.kr
노원명기자
barzis@hk.co.kr
■학교발전기금
제도교육인적자원부는 1997년말 초.중등교육법 제33조에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 이듬해 3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취지는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져 교육비리의 원천이 돼 온 찬조금을 양성화하고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것.
그러나 당시는 IMF사태가 발생한 직후였고, 교육예산 감소로 일선학교 지원 학교운영비가 50~60%가량 줄어들어 이를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는 사립학교에도 학교운영위 설치가 의무화함으로써 현재는 모든 초.중.고교가 학교발전기금을 모급할 수 있게 돼 있다.
법규상 학교발전기금은 학교운영위의 심의.의결을 통과한 항목에 한해 '자발적 기부금품'만 모금할 수 있다.
따라서 학운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어떤 다른 형태의 찬조금이나 회비는 각출할 수 없다.
기금은 ▲ 교육시설의 보수 확충 ▲ 교육용기자재 및 도서의 구입 ▲ 학교체육활동 및 기타 학예활동의 지원 ▲ 학생복지 및 학생자치활동 지원의 목적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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