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일 이틀 간 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여ㆍ야ㆍ정 합숙 경제토론회는 국가 경제의 현주소와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놓고 자유로운 토론이 벌어진 자리였다.참석했던 여야 의원들은 쟁점 별로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도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정부측 참석자들도 토론 중 즉각 반론을 제기하는 등 시종 진지한 분위기였다.
○.토론회는 오후 4시께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와 금융연구원 정해왕(丁海旺) 원장이 올 하반기 경기전망과 금융 구조조정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정 전무와 정 원장이 다소 비관적 분석을 내놓자 정부, 여당 참석자들로부터 "근거가 무엇이냐"는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이 전했다.
하지만 진념(陳稔) 경제부총리와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위원장이 경제전망과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자 이번에는 거꾸로 야당측에서 다시 송곳 질문을 퍼부었다.
여야간 초반전 공방이 끝난 후 곧바로 시작된 자유토론은 이날 자정을 넘어 0시40분까지 쟁점별로 계속됐다.
○.격론이 벌어졌던 대목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이라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국가부채 규모 및 향후 처리 방식.
야당측이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정부의 개입이 계속되고, 재벌규제가 강화돼 시장경제의 축이 흔들린다"고 공격하자, 여당측은 "금융부실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은 어쩔 수 없고, 기업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야당측이 "현 정권 3년 간 한 것이 무엇이냐"고 추궁하자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구상에 규율이 없는 시장경제가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반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문제 처리에 대해서는 출자전환 문제와 향후 처리 방식 등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개별기업의 문제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야 참석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현 실태에 대한 충분한 정보는 주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이란 원칙은 밝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20일 0시 40분까지 토론을 벌인 후 인근 냉면집으로 자리를 옮겨 '소주 폭탄주'를 기울이며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과 장관들은 국회 소위원회 때보다 훨씬 진지하고 화기애애한 자세로 토론에 임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과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등은 새벽 2~3시까지 폭탄주를 기울인 뒤 새벽 6시에 일어나 합의문 작성 협의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각차가 좁혀진 쟁점이 많지 않아 합의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가 이날 토론회에 쏠린 국민의 눈을 의식, 막바지에 극적으로 합의문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는 토론회 시작 전 10여분간만 일부 언론의 사진촬영을 허용했을 뿐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내내 보도진의 접근이 차단되는 등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토론회를 준비했던 이한구 의원은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야 참석자들은 토론회가 끝난 후 현대 문제 등 구체적인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토론회 장소도 당초 강원도 한솔 오크밸리로 정했다가 언론의 추적이 시작되자 당일 아침 천안 정보통신공무원 교육원으로 바꿨다.
한나라 당 일부의원들이 토론회가 공개될 경우 불참하겠다 반발하자 재경부는 각 언론사에 비공개원칙과 사진풀기자 외에는 일체의 접근을 불허하겠다고 통보했다.
참석자들은 또 토론회 후 골프를 함께 치며 친목을 다질 계획이었으나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고액내기 골프파문을 의식, 이를 취소하고 개별적으로 다른 장소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를 열었다는 것 만으로도 여야 모두 대체로 만족하는 듯한 분위기.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여야간 서로의 인식차를 확인했지만, 서로 할 말을 다했고, 6월 국회 법안 처리 합의 등은 성과"라고 평가했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경제 정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책실패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당초 우리 당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일단 계속적인 토론의 자리를 갖기로 한 만큼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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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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