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작가 주태석(47) 홍익대 교수의 '자연ㆍ이미지'연작을 보자. 전면의 나무와 나뭇잎, 풀잎은 정통 극사실주의 화풍답게 매우 사실적이다.나뭇잎에 올라앉은 이슬 방울 하나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후면의 나무와 숲은 초록색과 검은색의 실루엣으로 처리해 오히려 추상에 가깝다.
그의 작품이 극사실주의 경향을 강하게 보이면서도 현실과 환상, 물질과 정신의 세계를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는 평가는 이 때문이다.
24일~6월 6일 갤러리 현대(02-734-6111)에서 열리는 '주태석-자연ㆍ이미지'전에서는 작가가 1980년대 후반부터 작업해온 '자연ㆍ이미지'연작 중 근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숲을 공간감 있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나뭇잎을 짙은 보라색으로 그리거나 배경을 평면으로 처리하는 등 극사실주의 화풍에서는 파격적으로 보이는 작품도 상당수 포함됐다.
사실 국내 극사실주의는 출발점부터 미국의 그것과 달랐다. 극사실주의가 태동한 1960년대 미국은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한 가운데에서 척 클로즈, 필립 펄스타인 등이 대상을 중성적이고 기계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고영훈 김강용 이석주 지석철씨 등 한국 작가들은 궁핍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자연주의와 추상주의 미학을 절충하는 형태로 극사실주의를 발전시켜왔다.
홍익대와 동 대학원을 나온 작가는 15차례 개인전을 통해 이러한 극사실주의 세계를 꾸준히 탐구했다.
'자연ㆍ이미지'연작은 70년대 '기찻길'연작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서정적인 화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고사한 나무 기둥을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인류의 헐벗은 미래를 경고하는 듯도 하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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