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거리’가 되레 ‘걷고 싶지 않은 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해부터 190여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조성하고 있는 ‘걷고 싶은 거리’가 공사 부진과 관리 소홀에 따른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현재 공사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걷고 싶은 거리’는 돈화문길 등 시 시범가로(1.99㎞)와 1ㆍ2단계로 진행되는 자치구 시범가로 20곳(24.46㎞)을 포함해 모두 21곳 29.1㎞에 이른다.
서울시는 1단계 사업을 올해 안에 끝내고 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 월드컵대회 전까지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용산구 효창공원길, 광진구 광나루길 등 총연장 7.67㎞의 시범가로 8곳은 연말까지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하지만 시가 당초 계획했던 쾌적한 친환경적 보행권 확보라는 기본 취지는 사라지고 보도폭만 두세배 늘려 불법주차 공간만 제공해줬다는 시민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완공된 성북구 개운사길을 자주 이용하는 김주경(28ㆍ학생)씨는 “넓어진 보도에 세워진 불법주차 차량과 마무리 공사 때문에 예전보다 더 통행이 불편해 아예 다른 길로 되돌아 간다”고 불평했다.
명동길을 걷던 김미영(26ㆍ여ㆍ회사원)씨도 “불법주차 차량과 노점이 널린 것도 문제지만 넓은 보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아찔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 방치와 노점상 난립 등 보도 공간 확대로 발생하는 문제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개선할 방침”이라면서도 “고질적인 불법주차 문제는 사실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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