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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달력보기 즐거움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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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달력보기 즐거움과 아쉬움

입력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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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음력으로는 4월 28일이고, 24절기상으로는 '소만(小滿)', 간지(干支)로는 '갑신(甲申)' 잔나비의 날이다.이처럼 한국에서는 하루 하루의 의미가 여러가지다. 해(年) 또한 그렇다. 서기로 2001년인 올해가 불기로는 2545년, 단기로는 4324년이다. 뱀의 해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달력에 관심이 많다. 서기 달력, 불기 달력 뿐 아니라 이슬람력, 유대력, 페르시아력 심지어는 고대 마야력까지 관심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 많은 달력 가운데도 한국의 달력은 볼 때마다 흥미가 있다. 하나의 달력 안에 기독교의 기념일, 불교의 기념일, 농경 사회의 전통이 남아있는 24절기, 개천절 같은 단군 기념일, 식목일을 비롯한 현대적 휴일 등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기념일이 있다. 지난해 5월 어느날 나는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학생들로부터 꽃 한 다발을 받고 몹시 놀란 일이 있다.

알고 보니 그날은 15일, 스승의 날이었던 것이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고등학생들이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는 12월 13일 '산타 루시아의 날' 전야에 해방감으로 파티를 열어 술을 마시고, 다음날 새벽에 선생님들에게 커피와 과자를 가져다 주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이를 스승의 날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의 스승의 날은 서구에서는 무척이나 낯선 날인 것이다.

한국의 달력에는 이렇게 다양한 기념일들과 휴일이 있지만 꼭 기념해야 할 날이 빠져있어 아쉽기도 하다.

.그 중 하나가 많은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된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이다. 나는 여학생 제자들로부터 한국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외국에 나가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편치 않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성이 고용, 가사 등 많은 부문에서 차별을 당하고있기 때문이다. 공휴일 지정은 고사하고, 이날이 달력에 조차 표기 돼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두번째로는 5월 1일 노동절이다. 이 날은 전세계의 노동자들의 공휴일로 스웨덴의 경우 아주 작은 마을에서도 학생과 노동자들이 어울려 가두행진을 한다.

서구에서 노동절은 단지 사회주의자들의 기념일이 아니라 100년 이상 된 일종의 문화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달력은 한 사회 구성원들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갖가지 기념일들로 가득찬 한국의 달력을 바라보면서 이 작고 조용한 나라의 깊은 전통과 급격한 서구화의 이면을 관찰하는 것은, 과연 이방인인 나에게만 흥미로운 일일까.

스벤 울로프 울손ㆍ한국 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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