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준비가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를 불과 500여일 앞두고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지도부가 공백상태이기 때문이다.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이 달초 조직위원총회에서 위원들과 언쟁 후 "못해먹겠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뒤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실무책임자인 조직위 사무총장도 내부문제로 사표를 낸 터여서 아시안게임 준비를 해야 할 지도부가 붕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조직위가 정치적 분규에 휩싸이게 됐는지 그 상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조직위가 정치색을 배제하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루어 짐작컨대 조직위에 부위원장인 안상영 부산시장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고, 김 위원장 자신이 또한 민주당 의원 신분이라는 점에서 갈등이 발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이 권력을 다투는 국회의 싸움판도 아닌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 아시안게임은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 세계적 관심사인 월드컵을 치른 몇 달 후에 치러지는 이벤트인데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행사가 앞뒤에 맞물려있다.
자칫하면 천덕꾸러기가 될 판이다. 힘을 모으고 지혜를 짜내도 모자랄 판에 싸움질이니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직위는 빨리 리더십을 되찾아 대회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대도시 부산의 자치능력과 자존심이 걸린 행사다.
이왕 책임을 맡긴 이상 조직위원장이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 점은 조직위원들이 냉철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김운용 위원장의 사의표명도 책임있는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니다.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는 대회운영의 최고 책임자일뿐 아니라, 대한체육회장이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이다.
한번 중책을 맡았으면 장애를 극복하고 일을 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지도체제 개편쪽으로 유도하는 책임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했다.
우리는 그가 사의를 철회하고 조직위 위원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불가피하다. 조직위원들이나 정부당국도 이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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