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가,발명가,명상가,베스트셀러 작가,스키광...'넥센타이어 이규상(54) 사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이처럼 다양하다.
흥아타이어의 전문경영인으로 있던 이 사장이 넥센타이어의 전신인 우성타이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99년 초. 3년째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우성타이어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되면서부터 그는 구조조정 전문가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흥아타이어를 비롯, 계열사인 대일알미늄 한국강선 태흥산업 등의 구조조정에도 성공한 그였다
무엇보다 500억원의 채권 해결이 관건이었다. 이 사장은 정면돌파 전략을 썼다.
법정관리기업에 돈을 빌려줄 국내 은행이 있을 리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는 외국인이 부행장으로 있던 한미은행을 무작정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
"경제난 때문에 차는 못 바꾼다해도 타이어는 바꾸게 돼 있다. 미래에 자동차를 대신하게 될 개인용 비행기에도 타이어가 들어간다". 타이어산업이 결코 사양산업이 아님을 강조하는 이 사장의 자신감에 외국인 부행장은 그 자리에서 500억원 대출을 결정했다.
우성타이어가 법정관리에서 종결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장이 우성타이어를 맡은 지 꼭 두 달만의 일이다.
그는 다음해인 2000년 다음 세기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회사이름을 넥센(넥스트센츄리ㆍnext century를 줄인 말)타이어로 바꾸고 적자로 얼룩졌던 경영성적표를 한해 만에 210억원의 흑자로 돌려 놓았다.
관리기업 최초의 주식 40% 할증 발행, 법정관리 종결 이후 최단기 2부 종목 승격, 신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상장사 중 처음으로 분기 실적에 대한 외부 감사인의 감사 실시 등에 이르기까지 넥센타이어의 변신은 혁신과 구조조정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이 사장은 철저하게 직원과 주주 중시의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칼만 휘두른다고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최후의 카드죠.
인력보다는 재무ㆍ영업ㆍ관리ㆍ생산 분야에서의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사장은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던 노조를 향해 단 한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했다. 그리고 공장으로 돌아온 직원들을 상대로 재무제표와 수학시험부터 보게 했다.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재무제표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분기별로 투자자가 아닌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직원들부터 회사 비전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넥센타이어 영업직원들은 모두 '스키어'들이다.
50줄의 나이에 최고난도 코스를 즐기는 이사장이 지금까지 8번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전 영업직원들에게 스키를 익히게 한 덕분이다.
이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직원들의 태도를 180도 바꿔놓으면서 괄목할만한 영업실적을 이끌어내게 했다. 타이어업계의 전반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에 77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넥센타이어는 올해 326억원의 경상이익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그는 세계특허 국산 골프공 1호인 '빅야드'를 발명한 아이디어 맨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물이 쏟아지지 않는 빨대(스트로우)를 개발, 미국에 특허 출원 중이다. 초콜릿 우유를 엎지른 아들의 실수를 보면서 발명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또 사별한 전 부인과의 영적인 교류를 내용으로 담은 수필집 (나 당신 사랑해)을 출간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그에게 CEO는 천직이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생산업체인 넥센타이어는 성공적인 구조조정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성타이어 시절 6,80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58.8%로 낮아져 있고 금융비용부담율도 1.94%에 불과하다.
외형면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올 1ㆍ4분기 매출액 561억원, 경상이익 77억원을 달성,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14.3%, 경상이익은 120.0%나 늘었다. 4~5%대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최근 14% 수준까지 올라 한국타이어와 금호산업(옛 금호타이어)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타이어시장에 돌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올해에는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전세계 100여개국 수출 물량도 지난해 1억800만달러에서 올해 1억2,200만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넥센타이어는 오는 8월을 목표로 연산 1,000만본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증설에 나섰다.
1999년 126개에 불과했던 대리점도 올해는 250개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또 현재 하나뿐인 물류센터도 5개로 늘려 전국 네트워크망을 확보하기로 했다.
주력제품은 '래디알N2000'과 국내 최초로 V형 디자인을 적용한 겨울용 타이어 '윈가드'가 있다. 넥센타이어는 올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내놓게 될 RV차량용 타이어인 '로디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