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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보물섬 지키기

입력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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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부자들이 즐겨 찾는 카리브해의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는 현대판 보물섬이다. 제주도 면적의 7분의 1에 불과한 이 작은 섬에 엄청나게 많은 돈과 자산이 숨겨져 있다.이미 10년 전에 이곳에서 활동중인 은행이 5백개, 전체 예금이 2,000억 달러를 넘어 스위스를 제쳤다.

거의 100%가 햇빛을 꺼리는 외국계 박쥐형 자금이다. 이곳에 국제 자금과 기업(페이퍼 컴퍼니)이 몰려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케이맨 제도에서는 전주(기업주)의 이름을 묻지 않으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일절 없다.

이른바 세금 없는 천국(Tax Heavenㆍ조세피난처)이다. 바로 이 천국에서 마약대금 등 온갖 지옥의 자금이 세탁되고 투기성 핫머니가 집산(集散)한다.

케이맨 제도와 같은 조세피난처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35곳에 이른다. 요즘 국내 증시에서 '홍콩 물고기''검은 머리 외국인'의 자금이니 하는 것들도 대개 이런 루트를 거쳐 반입된 것이다.

■조세피난처의 역사적 뿌리는 서양 제국주의 열강들이다. 2차 대전후 식민지를 독립시키면서 조세피난처를 만들도록 유도한 것이 시발점이다.

현지 독재정권에 안정적 수입원 보장 등 제국과 과거 식민지간에 정치_경제적 이해와 타협의 산물이다.

케이맨 제도도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치령이다. 미국 부호들의 휴양지 플로리다 앞바다 카리브해에 조세피난처가 몰려 있는 것도 그만한 지정학적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조세피난처를 뿌리뽑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앞장서 온 국제 공조대책이 거의 막판에 물거품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최근 자국 언론을 통해 강력한 거부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의 주요 고객인 미국 기업들의 로비와 정치권 입김이 그 배경이라고 한다.

역대 최고 부자내각이라는 부시 공화당정부의 노골적인 '보물섬 지키기'인 셈이다. 국제 핫머니 파장으로 환란까지 당했던 우리에게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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