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진 (孔炯軫)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90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2년때 하이틴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했고, 91년 SBS 공채 1기 탤런트에 합격했다.
93년 대학 졸업 후 '극단유'에 입단했다. 연극 무대에서는 이강백 연출 '보석과 여인', 장진 연출 '택시 드리벌'등에 섰다. 영화 '신장개업' '박하사탕' '단적비연수' '선물' '파이란' 등에 출연했다.
● 임원희 (林元熙)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90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 95년에 졸업했다. 극단 '목화'에 입단해 '서푼짜리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택시 드리벌' '박수칠 때 떠나라' 등에 출연했다.
영화는 '기막힌 사내'로 데뷔해 '간첩 리철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공포택시'와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Lee' 에 출연했다. 6월8일 크랭크인 하는 '이것이 법이다' 의 주연을 맡는다.
영화는 주연배우 1인극이 아니다. 최근 우리 영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탄탄한 연기로 영화의 제 맛을 내는 조연배우가 늘고 있다.
조재현 이범수 김수로 박상면 등 탄탄한 조역들의 연기는 우리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연기로 정평이 난 최민식과 영화 '파이란'에서 기대 이상의 빛나는 연기를 보인 배우 공형진,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Lee'로 무협액션 바람을 일으킨 임원희도 그렇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무 만나고 싶었다"며 반기는 두 사람.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배우로 사는 기쁨과 애환을 이야기했다.
-두 분 굉장히 반가워 하시네요.
▦공형진= 어떤 배우를 보고 느낌이 좋으면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영화를 다 보는 편입니다. 원희씨가 신하균 조덕현과 함께 연극 '택시 드리벌' 에 나온 것 보고 정말 배꼽 빠지게 웃었어요.
'박수칠 때 떠나라' 의 대사까지도 기억하는 걸요. 최민식 선배가 "원희와 하균이는 평소에 잠잠하다 카메라 앞에서 에너지를 폭발하는 배우"라고 말했는데, 정말 부럽습니다.
▦임원희= 저야말로 '파이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쩜 저렇게 자연스런 연기를 할까.
공형진이 경수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경수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어요. 새 영화 '이것이 법이다' 에 캐스팅 됐는데 잠이 안오더라구요.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
-최근 연기력으로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는데, 유명세를 느끼나요.
▦임원희= 몇 달 전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여고생들이 "다찌마와리다" 하고 외치는 거예요. 너무 창피해서 거꾸로 내려왔어요.
재미있는 것은 그게 몇 개월 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휘둘리고 싶지는 않아요. 아직 인기가 많은 편도 아니고.
▦공형진= 임원희씨야 진짜 떴죠. CF도 찍고. 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때였어요.
영화상영 전에는 이미연 김보성씨에게 사인을 받다가, 영화 끝나고 나면 제 사인을 받으러 학생들이 몰려 왔어요. 팬레터도 200통씩 받고.
지나보니 그게 아무 것도 아니더라구요.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인가' 죠. 돈도 벌고 싶지요. 하지만 돈 따라 다니면 사람 추해져요.
-소위 '뜨고' 나면 사람이 많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친구들이 '자주 못 만나 섭섭하다' 이런 말 안 합니까.
▦공형진= 저야 뭐 '떴다'고 말할 게 있나요.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더라도 작심했습니다.
변치 않기로. '뜨면 모두 변한다'는 사람들 생각에 대한 일종의 오기라고 할까요.
'파이란' 촬영 때 배우만 호텔에 묵고 단역과 스태프는 여관에 묵게 돼있었어요.
최민식 선배가 "다 같이 아니면 안 간다"고 우겨서 모두 한 호텔에서 잤어요.
주연이면 좀 으스댈 만도 한데 말이죠. 그래서 또 배웠습니다.
▦임원희= 사람들이 인기 좀 있으면 차부터 바꾼다고 하죠. 그리고 강북에서 놀다 강남으로 가고. 저는 "'멋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연예인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멋있는 사람. 뜨고 추락하는 것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 해요. 오태석 선생이 "잘 나갈 때 뒤돌아 보라"고 하신 말씀 잊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영화가 천직이다'생각해도 조연으로 출연할 때는 설움이 많죠. 얼굴 하나로 단숨에 뜨는 스타를 보면 화도 날 것이고.
▦공형진= 부러운 배우 많죠. 한 땐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난 적도 있어요. 대학 때부터 '잘한다' '귀엽다'는 소리를 들은 나였는데 하는 생각에서죠.
사실 '쉬리'는 아픈 기억이 많은 영화입니다. 아마 102일은 영화사에 출근했을 겁니다. 하루는 물고기 들고, 꽃 들고. 결국 캐스팅이 안됐어요.
극장에서 그 영화 12번 봤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내 소양이 부족한 것이다, 내가 준비해야 한다.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부모와 자식 같은 것이죠.
그럴 거면 아예 시작도 말았어야죠.
▦임원희= 영화 데뷔 때는 매니저와 함께 인터뷰를 가면 그 사람 사진을 찍었어요. 더 잘 생겼거든요.
극단 목화에 있을 때 정말 술 한잔 마실 돈이 없어 '그만 두고 나갈까'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간철 리철진'에서는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더군요. 그때 절망감 비슷한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죠.
-우리 영화는 주연 캐스팅에만 집중하고 현장에서도 조연의 연기는 대강 진행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요.
▦공형진= 주연 두 명으로 투 톱만 갖추면 모든 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조연, 단역 연기는 그야말로 군중신 촬영하듯 대강 지나가는 영화도 있습니다.
존재만으로 빛나는 조연스타 조 페시, 데니 드 비토, 선이 굵은 숀 펜, 로버트 드니로도 조연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연과 조연은 편의적인 가름일 뿐이지요. 저는 '파이란' 에서 제 배역인 경수가 주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원희= 사실 주연을 맡고 나니 걱정이 되요. 앞으로 그런 것만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물론 공연한 걱정이겠죠.
하지만 어쭙잖은 주연은 앞으로도 안할 생각입니다. 저예산영화에 출연하다 보니 좋은 점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찍는 대신 허술한 부분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조연에게 조연급 연기를, 단역에게 단역급 연기를 요구하는 영화는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공형진씨는 '선물'과 '파이란'에서 모두 코믹한 연기로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임원희씨도 '다찌마와 Lee'에서 소위 '2대8 가리마'와 문어체적 대사로 선풍을 일으켰고요. 코믹한 조연이라는 틀에 갇힌다는 생각이 들 때도 됐는데요.
▦임원희= 전 정통연극을 했었고, 코믹 연기도 그리 많이 했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송강호 선배의 연기를 보면 영화마다 연기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연기란 그런 것이죠. 이전보다 조금씩 좋아지는 것. 코믹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연기의 질이 문제죠.
▦공형진 = 코믹 연기는 웃어야 할 때 관객이 웃지 않으면 배우는 완전히 망신이죠. 그래서 코믹연기가 어렵습니다.
진짜 코믹연기는 개인기를 보이는 게 아니라 상황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죠. 코믹이냐 비극이냐 구분은 무의미하죠.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임원희= 극단에서 배고팠을 때 '내공'이 많이 쌓인 것 같아요. 매일 공연을 보고 연기를 지도해준 오태석 선생이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에서 너 연기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고 고언을 해준 장진 감독도 그렇고.
▦공형진=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라고 할까요. 어렸을 때 속을 썩여도, 연기자가 된다고 했을 때도 "비겁한 모습만 보이지 말라"고만 말씀하신 아버지에게 흐뭇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힘이 되요.
"선배 커피 뽑고 의상 챙기지 말고 너 배역에 더 몰두하라"고 화를 낸 최민식 형이 정말 고맙구요. 민식이 형 칭찬만 너무 많은가요?
-요즘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은 최고의 인기 직업 입니다. 동생이 이런 꿈을 갖고 있다면 뭐라 말하겠습니까. 그리고 두 분의 꿈이 있다면.
▦공형진= '연예인'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어머니나 학원 선생님 지도로 노래나 춤을 준비하는 것으로 평생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을 냉철히 볼 줄 아는 시각이 중요하죠. '잘 생겼으니까 막연히 잘 되겠지'하는 생각으로는 연기 못합니다.
그러면 진짜 중간에 때려 치우고 "포장마차라도 할까"하는 생각이 들게 될 걸요. 전 "그가 나오면 보고 싶다"는 믿음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임원희= 요즘 아이들을 보면 TV통해 데뷔하고, 그리고 뜨고 나서 화려한 차 사고, 뭐 이런 식으로 공식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송강호씨가 한번에 스타 됐습니까. '어울렁 더울렁' 하면 안되죠. 진짜 중요한 것은 연기력입니다. 그리고 '전투' 정신입니다.
단 10명이라도 '마니아 팬' 이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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