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있을 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독일과 미국 청소년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 독일 학생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빈 자리에도 잘 앉지 않았다.반면 집 근처 미국인 학교 학생들은 소란스럽고 자유분방했다. 독일도 전후 자유와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이념을 많이 수용했다.
그러나 규율과 질서에 익숙한 사회의 엄격주의 교육전통이 가정과 학교에 남아 있는 데서 오는 차이라는 것이 주변의 설명 이었다.
■독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한 딸 아이는 서울 학교 생활의 소감을 뭉뚱그려 '정신이 없다'고 했다.
숫자가 많은 탓도 있지만 아이들이 제 멋대로 소란스럽고, 교사의 통제도 소용없다는 얘기였다. 무지할 정도로 엄격했던 학교만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선뜻 믿기 어려웠지만, 모든 분야에서 자유와 자율을 외치는 대세에 비춰 수긍이 갔다. 다만 우리 교육이 독일에 앞서거나, 잘 돼 가는 것으로 여길 수는 없었다.
■그 독일 사회에서 자유방임주의 교육을 반성하는 논쟁이 한창이다. 독일 교사 연맹이 가정 교육 붕괴를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 발단이다.
아이들의 평소 언행과 생활에 무관심하고, 휴대폰과 옷을 사기 위해 몰래 일하는 것 등을 도무지 감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학교를 자동차 정비공장처럼 여겨, 이미 탈 난 아이들의 일탈 책임을 모두 학교에 떠 넘긴다고 비판했다. '문제 부모가 문제아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 붕괴를 외친다. 나이 든 교사들이 의욕 없이 시간만 때우고 고액 임금을 받으면서, 가정에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이다.
이 논쟁을 '교육 전쟁'으로 규정한 언론은 사회가 교육 위기를 인식하고, 엄격주의에 다시 눈 돌리는 변화로 풀이했다.
여기에 비춰 우리의 광주 어느 고교에서 발생한 학생ㆍ교사 폭력사태를 둘러싼 논쟁은 위기의 근본은 외면한 채, 탈난 학생을 징계하는 체벌 문제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이 두드러진다. 이제는 현상보다 근본을 고민할 때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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