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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객 바뀐 5ㆍ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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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객 바뀐 5ㆍ18

입력
2001.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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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광주 5ㆍ18묘역.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가장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주최측은 광주민주화운동 21주년 기념식을 위해 3,000여개 좌석을 마련했으나 절반 이상은 텅 비었다.유족과 피해자들이 '민주화유공자예우법' 제정 무산에 항의해 기념식을 외면하고,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따로 기념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유족들 중 유일하게 소복을 입은 할머니가 기념식장을 찾았으나 당황스런 표정으로 이내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기념식장은 반갑지 않은 손님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현역의원 40여명 등 정치인 100여명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식장에 들어서 유족들의 자리를 대신 메웠다.

30여분간의 기념식을 마친 후 '손님'들이 참배에 나설 무렵.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5ㆍ18을)지역감정에 이용말라'. 식장 밖에서 외롭게 피켓시위을 벌이던 5ㆍ18보상자회 소속 회원 김모(50)씨가 소리를 높이자 손님들은 일제히 제발 저린 표정으로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식장을 찾았던 한 시민의 아우성이 이어졌다. "5ㆍ18 가해자 편에서 섰던 정치인들이 참회도 없이 여긴 왜 왔나요." 손님들은 묵묵부답.

대신 의원들은 "(민주화유공자예우) 법 통과에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뇌었다.

2001년의 5월은 국회와 광주, 광주와 국회가 뒤바뀐 채 막을 내려가고 있다. 유족들은 내년 5월이 와도 광주의 한이 의사당에서 액땜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

남은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광주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사회부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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