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관계가 급속히 긴밀해지고 있다. 양측은 17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경제는 물론 정치ㆍ안보 분야 까지 '밀월'수준의 의견 접근을 보였다.■손잡은 러시아와 EU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외란 페르손 총리 등 대표단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과 함께 경제 및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냉전 시절 군사ㆍ안보에서 '적대 관계'였던 양측은 안보와 국방 분야의 정보를 교환키로 함으로써 '동맹 관계'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EU가 러시아에 대 EU 수출 결제 화폐를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 하자는 제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지만, 추가로 논의키로 합의해 일단 EU 측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러시아가 유로화 권역에 편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와 EU의 동반자 관계 선언은 양측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 기저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이 추진해온 미사일방어(MD)체제 등 안보정책과 독단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양측의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
때문에 러시아는 MD 체제에 맞서기 위한 유럽과의 공동안보체제 구상을 제의해 왔고, EU는 러시아 채무문제 등에 있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양측은 그 동안 '편차'를 줄이기에 공을 들여왔던 것이다.
또 세계 양대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러시아와 세계 제 2의 경제력에 맞는 정치적 입지 구축을 모색해온 각각의 속내도 양측의 관계 개선에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양측의 공동선언에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영원한'우방인 EU의 '변심'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이 어떤 대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한반도 문제 공동 대응할까
러시아와 EU는 이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난해 6월의 남북한 공동선언과 평화협력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양측이 이처럼 공동 선언문에 남북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그 동안의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제3의 세력'으로서 적극 개입할 뜻을 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페르손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국제적 대화 무대로 인도하는 과정에서 이번 회담이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의도가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한반도 문제는 1990년 대 중반 냉전체제가 무너진 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북한에 이어 지난 2월에는 남한을 교차 방문하는 등 부쩍 관심을 높였다. 페르손 총리도 이 달 초 남북한을 동시 방문, 한반도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러시아와 EU의 한반도 개입 전략으로 열강들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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