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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와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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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와 정권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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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희한 한 현상도 다 있다. DJ정권과 연고가 있는 호남 지역에서는 토착 소주의 판매량이 현격하게 줄고, 그 반대로 TK PK 지역에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정권의 향배가 소주 시장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우리의 지역주의는 이제 거의 못 말리는 상황에까지 이른 느낌이다.

■주류업계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98년 이후 TK PK 지역에서는 진로나 두산 등 전국 브랜드 소주 대신, 지역에서 만든 이른바 자도주(自道酒)의 시장 점유율이 종전의 50,60% 대에서 90% 이상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호남지역에서는 자도주의 점유율이 그 반대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토착 소주의 시장 점유율이 영ㆍ호남에서 이처럼 각각 상반되게 나타나는 것은 지역의 정서가 정반대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도주란 지방의 소주 생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국 브랜드의 소주를 지방에서 못 팔게 한데서 나온 명칭.

이런 규정 때문에 강원도의 경월소주, 대구 경북의 금복주, 경남의 무학소주, 부산의 대선소주, 전북의 보배소주, 전남의 보해 소주가 그런대로 명성을 유지해왔던 것.

92년 이 규정이 풀리고 난 후 토착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DJ 정권이 들어선 뒤 그 양상이 이처럼 달라진 것이다.

■토착소주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거나 준 것은 지방 소주 업체들이 어느날 갑자기 소주를 잘 만들거나, 또는 못 만들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필경 잘 팔리는 지역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지역의 소주를 팔아주자는 애향심의 발로가 강해진 지역이고, 적게 팔리는 지역은 아무래도 애향심이 엷어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정권이 바뀌자 마자 애향심이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는 걸까. 이건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그런 정서의 배경에 배타적 지역주의가 스며 있음을 어렴풋이 가늠할 따름이다. 다음 정권 때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정권과 토착 소주의 시장 점유율을 학문적으로 접근해 봄 직도 하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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