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목 마르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와 풍년농사가 기대됐으나 3월 이후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아 기상관측사상 최저 강수량으로 기록될 만큼 혹심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38개 기상관측소 가운데 22개 지역이 관측사상 최저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고, 나머지 지방도 역대 2~5위이며, 북한지방도 마찬가지라 한다.
하천도 저수지도 바닥이 거북 등처럼 갈라져 먼지만 날리는데, 기상청은 당분간 비다운 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보면서 전국에 건조주의보를 내렸다.
특히 경기 북부지방은 3월 이후 강수량이 예년의 13%에 불과해 온갖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동두천시는 취수중단으로 며칠째 수돗물이 끊겨 주민들은 밥물 세숫물까지 생수로 해결하는 실정이다.
농업용수가 없어 모내기를 못하고, 밭 작물은 타 들어 가고 있으며, 공업용수부족으로 공장마다 기계가 멎은 지 오래다.
관계당국과 농민들은 급수차 소방차 양수기 등을 동원해 논에 물을 가두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땅이 워낙 메말라 헛수고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뒷짐진 자세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가.
논물을 대지 못해 웃자라는 모판을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은 목마른 대지만큼 타 들어 가는데, 도시 사람들이 물을 흥청망청 써대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메마른 들판을 달려가는 행락차량 행렬도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가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엊그제 신문에 보도된 서울 몇몇 구청의 배수훈련 장면은 너무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장마철 주택가 침수에 대비한다고 수 많은 양수기를 동원해 강물을 퍼올려 제방 너머로 버리는 모습을 보는 농민들 심정이 어떠했을까.
지금이라도 정부는 가뭄극복 총력체제를 선언해야 한다. 노는 양수기와 급수차는 물론이고, 소방차 물청소차까지 총동원해 논물을 대고, 목마른 주민들에게 물을 날라주어야 한다.
도시 사람들도 목욕물을 줄이고 분수대 가동을 멈추어 일체감을 보여주면 가뭄과 싸우는 농민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