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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 "결혼하니까 진전한 개그가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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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 "결혼하니까 진전한 개그가 보여요"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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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서방, 이제 방송에서 전인화 이야기는 말게. 진부하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게." 인터뷰 도중 개그맨 남희석(30)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전달됐다. 그의 장모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지난해 8월 치과의사 이경민(27)씨와 남희석이 결혼한 후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결혼하니 아내와 장모님이 열심히 모니터를 하니까 함부로 프로그램 진행을 할 수 가 없어요. 똑똑한 마누라 얻으니 머리도 좋아지고요." 특유의 하회탈 표정으로 웃는다.

그는 요즘 결혼전과 연기나 진행 색깔이 바뀌었다. 말장난 선풍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그의 진행 멘트에서는 말장난이 크게 줄었다.

"물론 자극적인 말로 문제를 일으켜 비판을 호되게 받은 것도 이유이지만, 결혼도 했으니 질적 승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머리에 쥐가 날 정도입니다."

그가 맡고 있는 '장미의 이름' (SBS)의 한 코너 '전국 장미 체전' 도 남희석의 아이디어로 신설된 코너이다.

"장모님 생각하니 나이 드신 분들도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건강도 증진하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코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기획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이면서도 공동 진행자인 임성민의 멘트를 돋보이게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남을 배려하는 자세다.

요즘 개그맨들은 인기를 얻으면 노력을 하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 진행만 고집하는 예가 많다.

브라운관에서 최고 인기 개그맨의 코미디 연기를 좀처럼 보기 힘들다. 남희석은 다르다. '멋진 친구들' 을 비롯한 시트콤과 일반 코미디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개그맨의 본령인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다.

코미디는 저질이고 토크 쇼는 연예인의 신변잡기의 마당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듯 했다.

"연예인들을 초대해 직설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 등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않고 출연조차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신변잡기로 흐르지요. 또한 소재 제한과 심의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코미디의 질적 발전을 꾀하기가 힘듭니다."

시청률이 개그맨이나 제작진의 목을 죄는 상황과 열악한 제작환경이 자꾸 자극적인 코미디나 토크 쇼를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늘 꿈을 꾼다. 카메라맨과 동원된 방청객들을 진정으로 웃기는 개그맨이 되는 것이다.

온갖 코미디 촬영을 하는 카메라맨과 각본에 따라 웃는 동원 방청객들은 웬만큼 연기를 해도 웃지 않으므로 이들을 정말 웃기는 이가 진정한 프로 개그맨이라는 것이다.

개그맨에게도 감정이 있다. 힘들 때나 화가 날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제주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산 일출봉을 힘들게 올라가면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노점상 할머니를 만나게 됐습니다. 제 손을 잡고 '잘 보고 있다'고 밝게 웃으세요.

녹화에 들어갈 때 그 할머니 생각하면 화가 저절로 누그러져요."

그답지 않게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다 본성(?)이 들어 났다. "사람들이 치과의사 마누라 얻었다고 부러워하는데 지금 대학원 나가요. 학비 주어야 하고 투자가 더 많아요. 저도 셔터 맨 되는 게 소원이지요." 껄껄 웃는다.

대중의 연예인 취향은 급변한다. 또한 날마다 새로운 인기 스타는 부상한다. 개그맨으로 데뷔한 지 10년째 접어든 남희석에게서는 이제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는 여유가 느껴진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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