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0명, 외부 투자자금 12억5,000만 달러로 1994년 출범한 헤지 펀드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 불과 2년만에 총자산 1,4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 펀드로 성장한다.하지만 1998년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LTCM은 단숨에 몰락했다. 세계 경제인들은 물론 미국인들의 99%도 그 이름조차 모르던, 파생상품 계약규모가 1조달러를 넘던 이 소수금융집단의 처리를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골드만 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주요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개입'해야만 했다.
'천재들의 실패'는 LTCM의 성장과 몰락의 드라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의 저자 로웬스타인은 20세기말 국제자본시장에서 일어난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불리는 LTCM 사건을 추리소설 같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솜씨로 보여준다.
IMF사태로 비로소 헤지펀드란 용어는 한국사회에 알려졌다. 전세계 주식ㆍ채권시장을 무대로 단기 차익을 노려 도박과 같은 투자활동을 전개하는 국제적 자본.
지금도 그들은 수많은 파생금융 상품을 만들며 세계자본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있지만 '국제금융의 무법자'라 불리는 그 실제적 메커니즘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로웬스타인은 생생한 기자적 감각으로 그 이면을 파헤치고 모럴 해저드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은 세계를 자기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려 했다"고 저자는 LTCM을 규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LTCM의 창설멤버들은 월스트리트 최고의 트레이더로 촉망받던 존 메리웨더, 펀드 창설 4년 뒤인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두 명의 금융경제학 교수 로버트 머턴과 마이런 숄스 등 소수의 수재들이었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이사장 출신으로 그린스펀에 이어 2인자라 불리던 데이비드 뮬린스까지 가세한 '드림 팀'이었다.
"이성적 투자자들이 구성하는 효율적 시장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논리적"이라는 '블랙-숄스 공식'에 따라 시장가격 변동의 무한소의 순간까지 예측해 치고 빠지는 투자행태를 계속했던 이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그러나 결국 그들의 탐욕이자, 100% 합리적이지 않은 불확실한 '인간적 요소'였다.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ㆍ동방미디어 발행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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