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독극물 무단 방류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미8군 군무원에 대한 재판권 행사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미군측은 지난달 4일 정식재판에 회부된 앨버트 맥팔랜드(56)씨에 대해 뒤늦게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른 재판관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군측이 재판권 행사를 요구하며 내세운 논리가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미군측은 '공무증명서'를 발행해 결과적으로 우리재판을 거부할 태세다.
SOFA규정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재판권을 놓고 다툴 때 미군과 군속, 그들의 가족이 공무집행 중에 일으킨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미국이 재판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재판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미군측이 공무라고 우기면 재판권을 미국에 넘겨주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불합리한 조항이다.
그러나 독극물 방류 지시가 과연 공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하수구를 통해 독극물이 한강수계로 흘러 들어가 환경파괴가 분명한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에 대해 재판권을 포기하는 것이 주권국으로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는 문제는 쟁점으로 남는다.
설사 이 조항에 따라 미군이 공무증명서를 발급하더라도 최소한 검찰의 기소단계 전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다.
검찰이 500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을 때 까지도 가만히 있다가 재판부가 비등했던 여론 등을 감안해 정식재판에 회부하자 부랴부랴 공무임을 우기는 처사는 무엇인가. 이야말로 우리를 깔보는 강대국의 오만이라고 해도 미군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아무리 선의로 생각하려 해도 미군측의 태도는 떳떳하지 못하다. 미군 당국의 자국민 보호의지를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법정이 재판권 행사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뒤늦게 재판권 행사를 시비함으로써 우리 재판권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처사로 비쳐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주권에 대한 모독으로 오해 될 소지마저 있다. 이로 인해 한미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손상될까 두렵다.
맥팔랜드씨의 소행은 비난 받아 마땅한 범죄행위다. 그의 나쁜 죄질과 이 사건의 사회적 관심도를 판단해 정식재판에 회부한 재판부의 조치는 너무도 당연한 주권행사다.
미군측이 뒤늦게 공무증명서를 들고 나와 재판권을 요구하는 처사는 그래서 온당치 못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