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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내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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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내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입력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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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름다운 5월에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자니 애비로서 미안하다는 말이 왜 제일 먼저 나오는지 참으로 민망한 생각이 드는구나.돌이켜 보면 나는 너희들이 아버지와 함께 놀기를 원했을 때 같이 놀아주지를 못하였고, 잘못을 지적함에는 날카로웠으나 칭찬에는 인색한 편이어서 너희들을 섭섭하게 만들었다.

대학입시나 이성문제로 너희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도 이 애비는 늘 교과서같은 말만 했던 것이 이제 와서 생각하니 후회가 되는구나. 생일 같은 때 카드 한 장 써준 정도로 내가 평균적인 아버지의 도리를 다한 것으로 믿은 것도 이제 보니 큰 착각이었던 것 같아.

그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너희들이 장성하여 아이 아버지가 되고, 지아비가 되고, 또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는 아낙이 된 모습을 보면서 이 애비는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가 바깥의 맡은 일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그처럼 너희들에게 무관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저대로 자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결혼상대자까지 각자 찾아 이 애비에게 축복해 줄 것을 청해오지 않았었니?

너희들의 진로에 관하여 애비의 속절없는 욕심이 비춰졌을 때 너희 누군가가 "아버지 인생과 저의 인생은 다르지 않습니까"하고 용감하게 항변하던 말이 지금도 생각나는구나. 무심한 아버지였지만 그 탓에 너희들의 독립자존성은 오히려 강해졌다고 생각해 볼 수나 있을까.

사랑하는 꺽다리와 뚱뚱이 두 아들, 그리고 깜찍이 막내딸아, 이제 성인이 되어 가정과 사회에서 각기 제 몫을 하고 있는 너희들을 보면서 애비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저 교훈적일 수밖에 없는 당부를 거듭하게 된다.

무엇보다 너희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구별해 주기 바래. 요컨대 원칙이 중요하다는 거지. 너희들이 어떤 지위에 오르거나 돈을 얼마나 번다든가 하는 문제는 특별히 중요한 일이 아님을 너희들도 잘 알 거야.

그러나 또한 너희들은 어떤 경우에도 성취를 위한 노력 자체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특히 강조하고 싶어.

대체로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쉽고 단 것만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아버지세대는 공통적으로 하고 있지. 그나마 너희들이 큰집의 제사 때마다 며느리들을 일하러 보낸다거나, 맡은 일을 할 때는 우리보다도 밤샘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간의 안도는 하고 있다만.

마지막으로 아주 조그만 부탁을 하나 할까 싶어. 너희 엄마에게 전화 좀 자주 해 .

가뜩이나 외로움을 잘 타고 아버지의 뒷바라지하느라 온통 자신을 희생시켜 온 너의 에미에게 무슨 큰 낙이 있겠니? 사람의 정은 가고 오는 것이야. 너희들은 아마 "제발 아버지나 좀 잘하세요"라고 말할지도 몰라. 그러나 나도 요즈음은 변했어. 엄마에게 물어봐. 그래, 부탁이야.

鄭城鎭 국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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