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의 먹거리' 라면 값이 오른다. 자연히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도 꿈틀거릴 조짐이다.국내 라면시장 1위 업체인 농심은 21일부터 '신라면'과 '안성탕면' 등 6개 주력 브랜드의 판매가격을 평균 8.7% 인상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환율 상승으로 소맥분과 전분 등 주요 원부자재의 가격 부담이 연간 635억원이나 증가, 라면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 가격 조정에 따라 '신라면'은 450원에서 480원(6.7%)으로, '안성탕면'은 350원에서 400원(14.3%)으로, '짜파게티'는 500원에서 550원(10%)으로 각각 오르게 된다.
라면 값이 오르는 것은 1998년 이후 약 3년만. 그동안 라면 값 인상을 막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압력 반, 호소 반'을 해 온 물가당국의 노력이 이번엔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사실 라면은 서민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오랫동안 '특별관리대상'이 돼 왔다. 지난 30년간 라면 값이 서울시내 일반버스 요금과 비슷한 궤도를 걸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 라면의 원조 격인 '삼양라면'이 처음 등장했던 1960년대 초 라면 값은 서울시내 버스요금과 같은 10원이었다.
이후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라면 값과 시내버스 요금은 74년 30원, 78년 50원, 79년 60원, 81년 100원(버스요금 110원), 88년 140원, 92년 250원으로 거의 동일한 상승곡선을 그려 왔다. 일종의 '공공요금'개념으로 관리돼 온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둘 사이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600원(버스요금) 대 450원(물가지수품목인 농심 신라면)으로 150원이나 차이가 난다. 라면 업체들의 불만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할인매장의 증가로 라면은 제값을 주고 사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버스요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푸념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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