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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극단 76단의 '물속에서 숨 쉬는 자,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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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극단 76단의 '물속에서 숨 쉬는 자, 하나도 없다'

입력
200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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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뜻밖의 음악에 공연 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챈다. 김정호의 철 지난 포크와 송대관의 '네 박자'가 과거로 가는 여행을 환영한다.이 연극은 그러나 과거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의 악다구니에서 비켜서 있을 뿐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실이라는 버거운 수면 아래로 약간 침잠해 있다.

극단 76단의 '물속에서 숨쉬는 자, 하나도 없다'는 철 지난 강변 유원지 허름한 민박집에서 벌어지는 가슴 아린 풍경화다.

주인, 여종업원, 배달 청년이 그 집 사람들이다. 주인은 기타 치는 건달이고, 여종업원은 낚시꾼에게 몸을 팔고, 배달 청년은 가수의 꿈을 키우며 하루하루 버텨간다.

이 집에, 그럴싸하게 차려 입은 남녀 한쌍이 묵는다. 불륜으로 쫓기고 쫓기던 두 사람은 이곳을 최후의 장소로 택한 것이다.

낚시를 하며 마지막을 함께 보내려던 둘은 과거를 회상한다. 정신병원에 근무하며 보아 온 인간의 한계 상황에 익숙한 남자는 위선적인 질서에 넌더리를 내 왔다. 둘은 수면제를 나눠 먹으며 죽음보다 깊은 잠에 빠지려는 참이다.

절망의 끝에 간신히 매달린 무대를 배우들의 거리낌 없는 연기가 화답한다. 라틴 음악속에서 벌어지는 불륜 남녀의 애무는 음악보다 더 격렬하다.

한바탕 질펀하던 무대는 그러나 약속대로 약을 먹는 장면에서 처절한 싸움터로 변한다. 돌연 약을 먹지 않으려는 여자를 남겨 두고, 남자는 낚시를 가겠다며 나가서 돌아 오지 않는다.

옷걸이, 이불과 베개를 얹은 탁자, 널찍한 비닐 장판 등이 깔려 있는 무대는 가난하다.

감각적으로 치닫는 요즘 연극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작ㆍ연출가 박근형씨는 "인간이 숨쉴 수 없는 곳, 물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숙명적 절망감을 극도로 단순화시켰다"고 말했다.

단순한 무대 둘레에는 길이 55㎙의 푸른 천을 둘러, 이 무대는 결국 현실이라는 수면 아래의 이야기라는 점을 암시한다.

연극 평론가 김방옥씨는 "목전의 쾌락에 가치관을 모두 상실한 우리 시대의 황폐한 인간상을 허름한 무대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 놓은 연출력이 놀랍다"고 말했다. 최정우 정유미 천정하 윤제문 등 출연. 6월 17일까지 강강술래소극장.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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