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이 살아 온다. 삶의 불가해성, 염원이 간절할수록 더욱 옭아드는 질곡 등 인생의 부조리에 대한 극적 통찰로 현대 연극의 길을 안톤 체홉의 단막극 4편이 잇달아 상연된다. 단막극장이 '안톤 체홉 단막 페스티벌'을 시작했다.하루에 30분 길이의 연극 두 편씩을 관람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거의 상연되지 않은 '곰' '연극이 끝난 뒤'로 운을 뗀다. '곰'은 지주와 젊은 과부가 남편이 남긴 재산을 놓고 다투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그린 희극이다. 극작가로서도, 공연을 통해서도 체홉에게 첫 성공을 안겨줬던 작품이다.
반면 '연극이 끝난 뒤'는 적자만을 떠안는 두 연극배우의 서글픈 넋두리다.
국내 워크숍 무대를 통해 낯익은 '청혼'은 이웃끼리 청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희극적 해프닝이다.
마지막 작품 '백조의 노래'에서는 지방 무대의 노배우가 젊은날을 회고하며, 결국 무대야말로 영원한 쉴곳임을 확인한다.
이 작품의 연출자 함형식씨는 "실제로는 비극적인 자신의 작품을 두고 희극이라 했던 체홉식 부조리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테이블이나 대형 천 배경만을 교체하는 등 작품마다 무대 장치를 극히 단순화시켰다.
절제된 무대 미술에 다양한 음악이 가세한다. '연극이 끝난 뒤'에는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우수 어린 노래가, '곰'에는 경쾌한 랩 등이 고전의 먼지를 털어낸다. 또 '백조의 노래'는 3류 인생의 애환을 가요 등으로 한국화시켜 우리 시대 관객에 다가서려 했다.
연출자 4명은 지난해 이 극장에서 '둘이서 한 발로' '귀여운 장난' 등 창작 단막극 시리즈를 함께 만들면서 의기투합한 30대 연극인이다.
오는 서울연극제 기간중에는 하나의 장막극을 두고 각자 막을 나눠 연출,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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