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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원각사 10층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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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원각사 10층 탑

입력
200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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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탑골공원은 원각사 10층 탑에서 연유된 이름이다. 고려 때 흥덕사가 있던 자리에 세조가 1467년 원각사를 지으면서 경천사 탑을 본 떠 아름다운 대리석 탑을 세웠다.숭유억불(崇儒抑佛)의 나라 조선의 임금이 도읍지 한가운데에 절을 지은 것은 이변이었다.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죽이고, 형수의 묘를 파헤친 죄업을 씻어볼 심사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세조의 시대가 지나가자 원각사는 급속히 쇠락하고 만다.

■연산군은 이 절을 폐사하고 그 자리에 연방원(聯芳院) 이라는 기방을 만들었다. 그 뒤로는 탑과 비만 남아 탑골이란 이름의 놀이터가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탑 상층부 3개층과 지붕돌이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고종 때인 1897년에는 총세무사 브라운(영국인)의 권고로 현대식 공원으로 꾸며져 황실공원으로 쓰였다.

광복후인 1946년 미군 공병대가 크레인으로 떨어진 탑신을 들어올려 옛모습을 되찾았고, 63년에는 해체복원 공사가 있었다.

■이 때 까지도 우리는 이 탑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다. 대리석 탑면에 부조된 용 사자 보살 나한 연화문 등의 예술성을 높이 사 62년 국보 2호로 지정한 정도였다.

이 탑의 불교미술사적 가치가 확인된 것은 92년의 정밀 실측조사에서 우리나라에 하나 뿐인 부처의 열반도가 발견되고부터.

탑의 4층 북면에 열반한 석가가 길게 누워있고, 주위에 울부짖는 제자 10명, 백수의 왕인 사자가 슬퍼하는 모습, 천의를 걸친 보살 등이 양각돼 있다.

■열반도는 고려 불화에 한 두점 있었지만 국내에는 작품이 없고, 조선시대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27?3㎝ 크기의 석면에 열반의 순간을 압축해 새긴 부조는 조선 미술사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 귀중한 문화재가 무신경한 공사로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탑골공원 성역화 공사를 하면서 석탑 보호각 바로 옆 콘크리트 바닥을 굴착기로 뚫었다.

국보를 보호한다고 유리 집을 지어 관리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또 공사는 왜 그리 서두르는가. 6개월 안에 끝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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