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ㆍ수출ㆍ국가재정 등 각 부문에서 4대 재벌의 비중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재벌그룹이 지난해 생산한 부가가치 총액은 56조4,000억원으로 GDP의 10.9%를 차지했다. GDP대비 비중이 두자릿수대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라고 할 때 이중 1,100달러는 4대 재벌로부터 나왔다는 뜻이다. IMF 이전인 1997년 4대 재벌의 GDP 점유률은 6.8%에 불과했으나 98년 8.7%, 99년 9.3% 등 매년 상승해왔다.
나라 살림의 4대 재벌 의존 비중도 급증, 지난해에는 내국세 총액 79조6,000억원중 18.5%인 14조7,000억원을 4대 그룹이 납부했다. 4대 재벌의 납세비중은 97년 14.6%에서 98년 15.3%, 99년엔 14.9%로 다소 낮아진 뒤 작년에는 경기호조의 결과로 다시 상승하게 됐다.
4대 재벌 집중도가 가장 높은 쪽은 수출. 지난해 4대 재벌의 수출총액은 858억달러로 전체 수출액(1,723억달러)의 49.8%에 달했다.
수출 비중은 97년 41.6%에서 98년 44.1%, 99년 47.4% 등 매년 2~3%포인트씩 상승하고 있으며 금년엔 50% 돌파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은 ▲ GDP 4.4%(22조5,000억원) ▲수출 18.3%(316억달러) ▲납세 7.5%(6조원) 등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국민경제의 4대 재벌 의존도 심화는 IMF체제 이후 상당수 중견재벌과 중소기업들이 몰락했고 벤처기업은 아직 기존 기업형태를 대체할 만큼 성장하지는 못한 반면 4대 재벌의 시장 영역은 더욱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경제 전체가 재벌 과점체제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반면 4대 재벌의 고용비중은 49만4,000명으로 전체 기업체 근로자(1,314만명)의 3.8%를 차지, 97년(4.5%)보다 하락했다. 부실계열사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의 결과로 풀이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4대 재벌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국가경제 기여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라며 "재무건전성과 경영투명성만 확보됐다면 산술적인 경제력 집중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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