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선 인문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보충수업과 모의고사, 사설 입시기관의 모의고사 응시 등의 판단권한이 시ㆍ도 교육청으로 이관될 것이라 한다. 한 나라의 교육정책이 또다시 갈팡질팡하고 중심을 잃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애당초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은 정책결정도 문제지만, 교육개혁 차원에서 시행한 정책을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하부기관에 이관함으로써 책임을 면해 보려는 발상은 참으로 치졸하기 그지없다.
사실상 새 대입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이제는 과거 수십 년간 학생들을 괴롭혀 왔던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이 완전히 폐지되는가 했으나 고3의 경우 학력이 저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의 희망여부와 관계없이 강제로 시켜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알면서도 전혀 규제를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수능모의고사의 경우도 사설입시기관에서 출제한 것을 당일이나 다음 날에 치른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이처럼 공식 지침을 내리고 규제를 하겠다고 해도 일선 학교장들이 이처럼 모든 변칙과 파행을 일삼고 있는데 만약 시행 결정 및 규제권한이 교육청이나 학교장 재량으로 넘어갈 경우 변칙은 불보듯 뻔한 노릇이다.
그리고 시ㆍ도 교육청간 과열경쟁이 재현될 것이고 또다시 과거처럼 학교는 입시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왜 이 시점에서 손을 놓는지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방향과 지침이 옳다면 일선 학교장을 문책해서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할 것이며 학부모들도 응당 협조해 주어야할 것이다.
교과뿐만 아니라 비교과영역도 평가하고 다양한 특기와 소질도 살리는 새 대학입시는 홍보만 잘 되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좋은 시책이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와 일부 학부모들의 불평과 불만이 있고 실질적 규제가 어렵다고 하여 새 대입제도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 보기도 전에 일선 교육청이나 학교로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온 학교를 다시금 입시 전쟁터화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입시나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관장해야 일관성이 유지되고 각 시ㆍ도간 형평성도 유지된다.
아마 교육부가 내년의 대선을 의식해 학부모들에게 민심과 표를 잃지 않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발상이라면 이는 잘못된 처사로 이번의 조치를 당장 거두어 들이기 바란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섣불리 판단을 내렸다간 나중에 더 큰 비판과 혼란을 야기할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우정렬ㆍ부산 혜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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