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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교육보다 더 급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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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교육보다 더 급한 문제

입력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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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해마다 7조원이 넘는 돈을 사교육에 쏟아 붓는다고 한다. 실제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돈은 이것보다 엄청나게 더 크다는 말까지 나온다.우리 사회에서 사교육이 문제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로 시끄러워질 때마다 정부는 곧 해결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그 동안 정부는 잘못된 대응으로 일관해 왔고, 때로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까지 해왔다.

과외를 금지시킨 것이라든가 대입제도를 이리저리 바꿔온 것이 잘못된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강제로 과외를 금지시킨다고 하루아침에 없어질 리 만무하다. 특히 대입제도의 잦은 손질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냈을 뿐이다.

대입제도를 바꿔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매우 졸렬한 발상이다. 모두가 대학입시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현실에서 사교육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경쟁적인 대입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은 결코 없어질 수 없다. 단지 사교육의 방향만 바뀌게 될 뿐이다.

정부가 큰 업적인 양 내세우는 교육정책들이 사실은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어 조기교육이나 대학입시에서 특기자를 우대하도록 만든 것 등이 그 좋은 예다.

이런 정책이 그 자체로 보면 바람직한 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영어 조기교육을 한답시고 초등학교에서까지 영어를 가르치면 사교육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충분할 리 없고, 그렇다고 부모가 가르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말도 잘 못하는 어린이를 영어학원으로 내모는 극성을 부리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다. 정부가 이를 부추기기까지 하니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기자를 우대하는 대입제도 역시 사교육 의존을 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공교육은 그 본질상 여러 측면을 두루 강조할 수밖에 없어, 무엇 하나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교육에 의존해야만 한다. 갖가지 경시대회학원, 토플학원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사교육 문제 얘기만 나오면 으레 부실한 공교육에 대한 성토가 시작된다. 그리고 공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물론 우리 공교육에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들을 희생양으로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교육체제에 있다. 학력차가 엄청난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수업을 해야 하는 체제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한다 해도 대다수의 학생이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가르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평준화의 기본구도를 당장 깨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좋든 나쁘든 평준화는 이미 하나의 제도로 정착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기본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사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좀더 본질적인 차원에서 교육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찌 보면 사교육 문제는 부차적인 중요성만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과연 우리 교육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그리고 우리가 교육 현실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과 같은 교육으로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지 아무런 자신이 없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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