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14일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북한군의 후방 이전과 재래식 무기 감축은 향후 북미협상의 중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퓰너 이사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ㆍ權正達) 주최 강연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있어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은 미사일 문제와 함께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의 중심 목표가 될 것"이라며 "대북 관계에서 '한국은 좋은 경찰, 미국은 나쁜 경찰'이라는 비유가 있으나 이는 상호주의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퓰너 이사장은 이어 "북한이 소수의 통제된 가족 뿐 아니라 광범위한 이산가족의 상봉을 허가하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는 것 등이 상호주의의 좋은 표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퓰너 이사장은 강연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고 자신의 견해를 부연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투명성과 상호주의 등 4원칙이 반영될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지 않고, 구체적 표현으로 제시될 것이다. 서울과 워싱턴의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동일한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시 행정부가 경수로 건설을 화력발전소 건설로 대체할 가능성은.
"북한 전력문제의 핵심은 경수로로 하느냐, 화력으로 하느냐가 아니다. 형편없이 낙후된 송배전 시설이 문제다. 미국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향후 몇 주 내 결정될 것이다."
-송배전 시설 지원의 대가로 제네바 핵 합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반드시 그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송배전 시설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입장은.
"북한이 부시 행정부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야 할 때, 오히려 군을 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이를 되돌리는 것이야 말로 상호주의의 구체적 표현이 될 수 있다."
퓰너 이사장은 미국의 대표적 보수파로 미 행정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대표적 인사다. 레이건 행정부 때 국내 문제 보좌관을 지낸 그는 한때 주한 미 대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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