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치적인 존재다. 자신에게 이롭거나 우호적인 편을 좋아하고, 반대편을 배척하는 행위는 생명을 유지하고 대를 이어가기 위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으므로,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기도 하다.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은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지도자와 정당을 위해 활동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익단체의 정치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을 두고 있다. 그 영향력과 중요성이 큰 단체는 정치적으로 성숙한 사회가 되기까지는 정치적 자유를 유보한다는 규정이 헌법에 명기돼 있다.
그 중 한 직역이 교사다. 그들의 정치활동을 허용할 때의 부작용과 혼란을 우려해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것이다.
이 헌법정신을 받아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교원노조법 등 교사의 지위와 신분에 관한 법률들이 모두 교사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제30대 이군현(李君賢) 회장이 지난 12일 취임식에서 밝힌 교총의 정치활동 선언은 이런 배경에서 국민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회장은 무분별한 정책남발을 막고 교육정책 집행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때부터 특정후보 또는 정당 지지ㆍ 반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총이 정치활동 의욕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산하에 정치활동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선언은 처음이어서 적지 않은 풍파를 예고하고 있다.
가령 교총이 중요한 현안으로 삼고 있는 교사정년 환원을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설 때의 혼란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7만명의 교사가 가입하고 있는 이 단체의 영향력으로 보아 각 정당과 후보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지는 묻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당장 이 회장 취임식에 여야 대표와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교사들의 귀에 솔깃할 얘기를 쏟아낸 것을 보아도 짐작할 일이다.
그 영향력을 탐낸 정치권력과 정치세력의 악용 소지까지 생각하면 미리부터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실정법과의 충돌이 빚어낼 갈등과 분쟁이 초래할 분열과 비생산성이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활동 선언에 앞서 관련법 개정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법제상 허용되지 않은 불법활동을 취임식 자리에서 공언하는 것은 공인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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