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후면 남북한 정상이 6ㆍ15 공동 선언을 한 지 1주년이 된다.남북 관계는 지난 3월 북한에 대해 '약간의 회의'(some skepticism)를 갖고 있다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급랭했다.
장관급 회담이 취소되고 경의선 복원공사도 중단됐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그의 장남 김정남(金正男)이 일본에 불법 입국하려다 추방되는 사건까지 터졌다.
남북 관계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지난 9일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조만간 대북한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마무리되면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발언에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국방정책과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선언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한반도와 주변의 상황은 앞으로 더욱 예측키 어려운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볼 때 우선 미국은 MD 체제 추진에 따른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에서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non-proliferation)과 반확산(counter- proliferation) 및 핵무기 일방 감축을 제시했다.
특히 '반확산'이라는 개념은 적국이 WMD를 사용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반확산의 개념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발사를 2003년까지 유예한다면서도 수출은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1994년 핵 동결을 하면서 경수로 2기를 건설해준다는 조건으로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했으나 미국은 북한이 이미 핵폭탄 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미국이 내세운 비 또는 반 확산에 모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으며 자칫하면 부시 정부가 북한에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부시 정부는 윈윈(win-win) 전략을 폐기하고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신 국방정책에는 미사일 등 WMD에 노출된 해외주둔 전방병력을 감축하고 대신 전력투사 능력을 강화하며 부대의 기동성을 높이고 경량화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해외주둔 미군 중 절반인 10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오키나와(沖繩)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 중 일부가 본토로 철수할 것이 예상된다.
주한 미군을 어느 정도 감축할 것인가도 주목거리다. 미국은 방사포 등 북한의 직접 사정거리에 있는 지상군을 감축하고 오히려 중국까지도 견제할 수 있는 공군과 해군을 강화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주목할 점은 중국을 제 1의 주적으로 보고있는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등 일본의 개헌까지 고려하면서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일본을 '아시아의 핵심적 동맹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처럼 만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대동아 공영권'에 향수를 갖고 있는 일본도 미국의 뜻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듯 하다.
6ㆍ15 선언 1주년을 맞아 현 정부는 이처럼 급변하는 한반도와 주변정세 맞춰 햇볕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햇볕정책도 상호주의나 투명성, 검증 등의 개념을 도입하는 등 노선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장훈 국제부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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