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옛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건물 1층에 자리잡은 재활용품 판매장 '보물찾기'에 가면 점원들이 행동거지가 다소 낯설다. 이곳은 지난해 8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자활 상점.이곳에서는 박일재(31),최재현(25), 장전일(22), 조영래(20), 남기태(23) 씨 등 2,3급의 정신지체장애인 6명이 연구소 간사 2명과 함께 '즐거운 일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꿈을 쌓아가고 있다.
이곳의 운영자인 박진옥(29) 간사는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도 일거리를 주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는데 시작해보니 실제로 일도 무리 없이 하고 있다"고 전한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장애인 가운데서도 노동에 적응하기 힘든 계층. 대개 가정에 머물거나 영세제조업체에서 단순작업에 종사하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복지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1999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한일장애우교류대회에서 일본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재활용품 판매작업장을 운영한다는 것을 듣고는 "우리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서울지하철공사의 유실물. 그나마 깨끗한 물건은 경매를 거쳐서 사업자에게 팔고 남은 것만 넘겨받기 때문에 경기 성남시에 있는 작업장에서 수선과정을 거친다.
물건을 가져오고 수선하고 판매하는 일은 비록 간사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직접 하고 있다.
'보물찾기'를 열지않는 토요일에는 서초구청 벼룩시장에도 나가고 경매사이트 옥션에도 물품을 올린다. "두 명은 한글을 알아서 장부도 기록한다"고 박 간사는 전한다.
홍일점 김민수(26)씨는 "전에는 상자를 만들어서 지겨웠는데 지금은 사람도 만나고 돌아다니니까 재미있어요"라며 웃는다.
옆에 있던 박 간사는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이라며 거든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400만원이 한 달 월급으로 나가는데 아직 매출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물건의 질이 썩 좋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한다.
박 간사는 "모든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안쓰는 물건도 기증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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