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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와 그 학파전 / 글씨는 그림처럼, 그림은 글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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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와 그 학파전 / 글씨는 그림처럼, 그림은 글씨처럼

입력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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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는 글씨와 그림에서 일세를 풍미한 조선 후기의 대가였다.후한시대 예서의 뛰어난 조형성과 중국 역대 금석문의 장점을 두루 섭렵해 한자의 추상적 회화성을 완성한 것이 곧 추사체다.

그림 또한 '서화불분(書畵不分)'이라며 극단적인 감필(減筆)로 대상의 본질만을 압축 표현했으니, 이것이 '세한도(歲寒圖)'에서 보여지는 추사의 일격(逸格)화풍이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02-762-0442)이 27일까지 열고 있는 '추사와 그 학파전'은 추사와 그의 벗, 제자들의 서화 120점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추사 작품을 기준으로 해 신위 권돈인 이한철 조희룡 허유 이하응 등 당시의 시대적 양식을 일궈낸 이들의 작품이다. 추사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간송미술관의 60번째 정기전이다.

추사 작품으로는 절친한 벗 권돈인의 책에 쓴 발문 '허천소초발(虛川小艸跋)', 부채 위에 그린 수묵화 '증청람란(贈晴嵐蘭)'을 비롯해 행서와 예서 작품 10여 점이 나왔다.

진경산수와 왕희지체를 답습하던 당시 조선은 물론, 추사가 금석학을 배운 청의 서예계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추사 서화의 특징을 읽을 수 있다.

권돈인이 추사의 '허천소초발'에 다시 발문을 붙인 '권이재허천소초발(權彛齋虛川小艸跋)'도 눈에 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부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영의정까지 지낸 권돈인의 글씨는 추사의 것과 서로 구분하지 못할 만큼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그림으로는 추사가 자신의 초상화를 맡겨 그리도록 한 제자 이한철의 '이하응 초상'이 압권이다. 세습화원 집안 출신다운 탁월한 초상화법이 눈길을 끈다.

추사가 난 그림에 관한한 조선 제일로 평가한 이하응(흥선대원군)의 '묵란첩발(默蘭帖跋)', 추사가 '압록강 동쪽에 이런 작품이 없다'고 추켜세운 애제자 허유의 '산촌우재(山村雨齋)'도 전시된다.

최완수 실장은 "이번 전시회는 쇠락하던 조선성리학을 대체하며 운기생동하던 북학파와 그 맥을 이은 추사 학파의 서화를 종합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라며 "특히 '글씨는 그림처럼 쓰고 그림은 글씨처럼 그리라'는 추사의 '서화불분론'이 제자들에게 어떻게 전수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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