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8차 고위관리회의(SOM)에 대사급 고위대표를 참석시키기로 하는 등 역내 지역안보협의체 활동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 출범후 미국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남북 대화도 답보 상태에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북한은 이번 회의에 이용호 외무성 군축담당 참사 등 3명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ARF 외무장관 회의에서 정식 회원으로 가입할 당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최고위급 대표단이다.
때문에 우리 당국은 이 참사 등의 회의 참석을 북한이 ARF 가입에 따른 권리 확보와 함께 지역 안보협의체의 일원으로서 갖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신뢰구축 조치 이행 등 ARF의 기존결정 사항을 준수하고 회의참석 의무 등을 지켜갈 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며 "고위급 대표단의 회의 출석은 북한의 향후 ARF 활동에 대한 청신호"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다. 우선 대외 관계개선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북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북한은 최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유연한 개방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의 인도적ㆍ경제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고 있다.
게다가 대북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도 간접적으로 대화의 신호를 보내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의기간 중 제임스 켈리 미 국무성 동아ㆍ태 차관보가 대표로 참석하는 미국측과의 접촉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다자 협의체의 성격상 양측이 본격 대화를 하기는 어렵지만 비공식 접촉을 통해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의 기회를 가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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