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5월12일 독일 출신의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이 92세로 타계했다. 에릭슨은 프랑크푸르트 출생으로 빈의 정신분석원에서 안나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학 훈련을 받은 뒤 31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그는 정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예일 버클리 하버드 등의 대학에서 가르치며 20세기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에 짙은 흔적을 남겼다.
에릭슨의 이론은 자아의 성장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흔히 자아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에릭슨은 자아의 성장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확대한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에릭슨의 이론은 프로이트의 이론과 몇 가지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에릭슨은 인간 행동의 기초로서 이드보다는 자아를 더 강조했다.
그는 프로이트와 달리 자아를 성격의 자율적 구조로 간주했다. 그래서 자아 발달에 대한 그의 이론은 인간의 전 생애를 망라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존재와 작용을 해명하고 초기 외상(트라우마)이 성인기에 어떻게 신경증을 야기하는지를 설명하려고 애썼다면, 에릭슨은 생활 속의 심리사회적 위험(해저드)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더 관심이 있었다.
에릭슨의 주저 가운데 하나인 '아동기와 사회'에서는 그의 상표가 된 '인간의 여덟 단계' 즉 심리사회적 자아가 점성적(漸成的)으로 발달하는 여덟 개의 분리된 단계가 정식화된다.
그 단계는 유아기(구강기), 초기 아동기(근육ㆍ항문기), 유희 연령(운동ㆍ생식기), 학동기(잠재기), 사춘기와 청년기, 성인 초기, 성인 중기, 성숙 노인기다. 에릭슨은 이 여덟 단계를 인간 발달의 보편적 양상으로 간주했다.
그의 다른 저서로는 '정체성과 생활주기''청년 루터''간디의 진리'등이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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