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방어(MD) 체제 설명을 위해 미국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10일 인도를, MD 체제에 반대하는 중국의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11일 파키스탄을 각각 방문했다.朱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은 네팔, 스리랑카, 태국 등을 포함하는 남아시아 순방의 하나지만 인도가 MD 체제 선언에 환영 의사를 밝힌 이후, 파키스탄과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미국의 MD 계획이 세계 군사전략 구도를 기존의 상호 확증 파괴(MAD) 개념에서 협력 방어 체제로 바꾸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전폭적인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그 배경에는 부시 행정부의 제안이 핵무기 감축과 새로운 세계 군사전략에 대한 인도의 구상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실상 파키스탄 및 중국과의 해묵은 갈등이 더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종교와 국경 갈등으로 크고 작은 분쟁을 계속 치렀다. 중국 역시 1962년 국경 갈등으로 인도와 한 차례 전쟁을 겪은 데다 인도가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지지하면서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은 중국으로부터 핵무기 기술을 제공받아 1998년 핵무기 보유국을 공표에 이르렀고, 한편으로 이를 비난하고 견제하는 미국과 인도가 결속할 기회를 제공했다.
朱 총리는 이번 방문 동안 파키스탄의 철도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송유관 건설에 참여하는 등 경제 문제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MD 체제 지지 의사를 밝힌 인도에 맞서 파키스탄과의 공동 전선 구축을 논의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