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를 대표하는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과 구본무(具本茂) LG회장의 행보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전경련 중심의 재계활동에서 이 회장은 점차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반면, 구 회장은 계속 발을 빼는 형국이다.
이 회장은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참석으로 올들어서만 전경련 모임에 네번째 모습을 드러냈다. 1월11일 회장단 회의에 1년7개월만에 참석했던 이 회장은 2월28일 김각중(金珏中) 회장의 희수(喜壽)만찬에도 나왔고, 지난달 14일엔 회장단 골프모임의 호스트까지 맡았다.
갑자기 왕성해진 이 회장의 대외활동을 놓고 해석도 구구하다. 우선 실질적 재계대표로서 자리매김의 일환이라는 시각. 이 회장도 이젠 오너그룹에서 '시니어'축에 속해 상응하는 역할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 본인 고사에도 불구, 차기 전경련 회장설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환갑전엔 대외직함을 갖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뒤짚어 보면 '환갑후엔 대외직함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최근의 동선(動線)확장은 환갑인 내년이후 있을 지도 모를 전경련 회장 등 '대외직함'을 염두에 둔 정지(整地)행보라는게 재계 시각이다.
한편에선 이 회장의 활동이 장남 이재용(李在鎔)씨의 경영참여와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점을 중시, '후계 연(軟)착륙'을 위한 분위기 조성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구 회장은 98년7월이후 전경련 회장단 회의(정ㆍ재계 간담회 제외)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애지중지키웠던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빅딜 당시 전경련이 '총대'를 맨 것에 대한 섭섭함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주변의 해석이다.
전경련쪽에선 최근 희수를 맞았던 구자경(具滋暻) LG명예회장과 전경련 원로간 축하만찬이 화해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는 상태. LG전자의 PDP공장 준공식 일정 때문이긴 하나, 구 회장은 10일 회장단 만찬모임에도 불참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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